된장찌개 복지론
 

                                                                                  청주삼겹살거리발전위원장 김동진
 

▲ 청주삼겹살거리발전위원장 김동진

처음부터 된장찌개 값을 따로 받은 것은 아니었다. 5년 전 개업했을 때에는 공기밥을 시킨 손님들이 원할 때마다 작은 뚝배기의 된장찌개를 정성껏 끓여 내주었다.

공기밥을 시키지 않았더라도 굳이 얼큰한 된장찌개를 먹고 싶다는 손님이 있으면 흔쾌히 무료로 제공했다.

된장찌개가 맛있다는 손님들이 대체로 많았지만 짜다 맵다 불평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주방에서는 돈도 받지 않는 찌개를 일일이 끓여 주다 보면 일손이 달린다며 지청구가 심했다.

한번은 된장찌개를 시킨 손님과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네 사람이 한 상에서 삼겹살로 저녁 식사를 하며 고기를 많이 드셨던지 공기밥을 두 개만 시켰다. 된장찌개를 두 개 끓여주면 많이 남을 것 같아 하나만 주었더니 하나 더 끓여달라고 하였다. 된장찌개가 맛이 있다며 네 명이 찌개를 먹다 보니 이제는 공기밥은 남은 채 찌개만 동이 났다. 다시 된장찌개를 두 개 더 끓여 달라고 주문을 하기에 한 개만 드리겠다고 말했지만 손님들은 굳이 두 개를 끓여달라고 보챘다. 결국 공기밥 2개에 된장찌개 네 개를 끓여 준 셈이 되었으니 이번에는 된장찌개가 반도 넘게 남아돌았다.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먹지도 못할 만큼 된장찌개를 끓여 달라고 하면 되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손님들은 삼겹살 식당에서는 의례히 된장찌개를 공짜로 주는 것 아니냐며 외려 따져 물었다. 공짜이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도 없고 남아도 미안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원도 동해 가는 길에 가끔 횡성 한우식당을 찾곤 한다. 자영업자들이 일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고 쉰다는 것은 여간한 용기 아니고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주중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일요일은 무조건 쉬기로 하고 가끔 외지로 가족나들이를 하는 편이다. 일요일 점심 횡성에 가면 전국에서 몰려 온 사람들로 그 비싼 한우집이 북적인다. 한우 고기값이 여간 비싸지 않은데도 식당마다 이렇게 영업이 잘 되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영업이 잘 되는 한우집에서도 된장찌개 값은 따로 받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중형 뚝배기에 3천원이나 받고 있었다. 한 가족이 뚝배기 하나만 시키면 웬만해서는 부족하지 않은 양이었다. 손님들은 거의 남기지 않고 뚝배기를 비웠다. 청주 삼겹살식당에서는 당연하게 공짜로 제공되는 된장찌개가 횡성 시골마을에서는 3천원에 팔리는 게 자연스러웠다.

횡성에서의 된장찌개를 본 뒤 2년 전쯤부터는 그동안 공짜로 주던 된장찌개를 돈을 받기로 하고 먼저 중형 뚝배기를 장만했다. 작은 뚝배기는 모두 버리고 새것으로 대체했다. 상차림 판에도 된장찌개 값을 표시했다. 다만, 뚝배기 하나에 3천원을 받기에는 미안함이 있어 단돈 1천원만 받기로 했다.

삼겹살거리에서는 처음으로 된장찌개 값을 받기 시작했다. 같은 업종의 상인들은 메뉴판을 보고 돈독 올랐느냐고 농담 삼아 말을 건네기도 했다. 손님들의 반응이 매우 궁금했다. 공기밥을 시키면 당연히 된장찌개를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 손님들은 메뉴판을 보고 확인 차 된장찌개 값을 물어봤다. 3~4인용 찌개라고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갔다. 된장찌개 값을 따로 받느냐며 몇 번 확인하는 손님을 빼고는 문제 삼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실제 나온 된장찌개의 맛과 양을 보고는 1천원의 가치를 수긍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큰 변화는 함부로 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단돈 1천원이라도 자기 주머니에서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주문량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손님들끼리 상의해 가며 된장찌개 주문량을 조율했다.

두 번째로는 남기는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었다. 먹을 만큼만 시키기 때문에 남아도는 것도 거의 없지만 돈을 내고 먹다 보니 아까워서라도 남기지 않는 것 같았다.

세 번째는 손님들의 감사 인사말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었다. 무료로 제공할 때는 자주 들을 수 없던 인사말이었다. 천 원짜리 치고는 맛이나 양에서 만족할 만하다는 반증으로 들렸다. 당연히 주방에서도 짜증이 줄어들었다.

천 원짜리 된장찌개를 보며 복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공짜로 많이 퍼주는 것이 과연 복지정책인지, 감사한 마음은커녕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제대로 된 복지개념인지, 적지만 일정 부분 자신의 투자나 노력이 들어가야 올바른 복지관념이 생기는 게 아닐까 등등. 매주 청주 중앙공원을 비롯한 도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무료식사 봉사활동에 이런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400조가 넘는 국가예산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복지분야로 집행되는 현실에서 더욱 생각해 볼 일이고, 다음달 9일 대선을 앞둔 정국에서 후보들마다 경쟁적으로 퍼주기식으로 남발하는 대선 복지공약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일이다.

이제는 나의 업소에서 된장찌개 1천원 유료화가 정착됐다고 판단하고 청주삼겹살거리 내 다른 업소들에게도 이를 권장하고 있다. 아직은 의견이 통일돼 있지 않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많은 업소에서 이 같은 개선안을 시행하고 있으니 머잖아 최소 수혜자 부담원칙이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