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小滿)에 깨닫는 아까시나무의 미덕

                                                                                       시인 신준수

▲ 신준수 시인

대부분 식물이나 동물은 독성을 지니고 있다. 사고 할 수 있는 능력을 최고의 무기로 가진 인간은 이들의 독과 특성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그로 인해 생명을 연장해 간다. 먹을거리로 이용하는 나물과 차는 5월 단오 이전에 채취해야만 식용이 가능하다. 가을 나물을 먹지 않는 것은 식물의 독성 때문이다.

하지만 가시달린 두릅, 엄나무, 찔래등과 같은 식물은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먹어도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데, 이는 가시가 자신을 지키는 대신 잎에는 독성이 없기 때문이다. 곧 식물이 가지고 있는 독성은 자신을 지키는 방어물이라는 것이다.

가시가 있는 식물은 그 모양이 식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하는 일은 동일하다. 즉 짐승이나 벌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이다. 나무줄기가 변하여 가시가 되기도 하고, 선인장처럼 잎이 변하여 가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알싸한 잎과 향긋한 꽃을 피우는 아까시나무 역시 뭇 동물들로부터 수난을 격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나무를 잘 관찰해보면 어린가지에는 가시가 많고, 크고 높이 올라 갈수록 가시는 점점 줄어들어 아름드리나무는 숫제 가시가 없는 경우도 있다.

우리말에 이순(耳順)이란 말이 있다. 사람의 나이 예순 살을 이르는 말로 나이 육십에야 비로소 모든 것을 순리대로 이해하게 된다는 말이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젊을 때는 개성이 강하고,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나이가 들면서 모든 것을 순리대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품고 있는 가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는지. 청량하고 달콤한 아까시향을 빌어 깨닫게 되는 소만(小滿)이다.

아까시나무는 우리가 흔히 아카시나무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카시나무는 열대지방에 자라는 나무이다. 학명에서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인데 우리나라로 들어와 진짜 아카시아노릇을 한지 오래 이다. 그러나 본래 주인이 있으니 우리는 아까시나무로 불러야 옳은 것이다.

산을 망쳐버리는 몹쓸 나무, 조상의 묘까지 쭉쭉 가지를 뻗는 몹쓸 나무취급을 당하기도 하는 아까시나무는 나무 자체가 나뻐서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유익에 따른 판단일 뿐이다.

한 사람을 두고 누구는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누구는 몹쓸 사람이라고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보다 본질적인 차원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자연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