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

김영석(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서 준다는 것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즉 “준다는 것은 부자임을 의미한다. 갖고 있는 자가 부자가 아니다, 많이 주는 자가 부자이다.

하나라도 잃어버릴까 안달하는 사람은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아무리 많이 갖고 있더라도 가난한 사람, 가난해진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부자이다”.

▲ 김영석 상임이사(청주복지재단)

왜 갑자기 주는 것의 의미를 말하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유는 요즘 유행병처럼 사회복지현장에서 회자되고 있는 네트워크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히기 위해서 주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본 것이다.

사회복지사라면 누구나 작금에 효율적인 사회복지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정답이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하기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음에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말로는 네트워크를 외치면서 정작 자신은 네트워크를 할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마치 지역복지론 강의시간에 사회행동(social action)의 중요성을 침 튀기며 강조하는 사람치고, 지역 활동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 그리고 자원봉사활동과 기부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가장 자원봉사활동과 기부활동을 안하는 직업이 사회복지사라는 현실과도 일맥상통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아마도 사회복지 현장은 주는 것 보다 받는 것에 익숙해진 탓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보조금을 받아 시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을’ 역할에 익숙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재 위탁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계약서 자체가 사회복지현장은 철저한 ‘을’ 일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부족한 예산을 보충하기 위해 지역사회로부터 기부금을 받고 기부물품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도 지역사회와의 관계에서 결코 ‘갑’ 입장이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회복지현장은 자연스럽게 주는 것에는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니 우리는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네트워크는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막아 놓은 담을 스스로 허무는 것부터 시작 한다”라는 소박한 진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막아 놓은 담을 허물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손해 볼 수도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주었는데 받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는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 담을 스스로 허물지 않으면 누구와도 진정한 교류가 이루어 질 수 없다. 다시 말해 형식적인 네트워크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재단에서 이런저런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에 대한 다양한 실험들을 해 본 결과, 안타깝게도 우리지역은 아직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말은 무성한데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형식적 네트워크는 이루어지고 있으나, 진정 내 것을 먼저 주겠다는 생각보다는, 상대가 먼저 나에게 다가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선이기 때문에, 네트워크로 인한 지역의 변화는 없는 것이다.

주는 것은 받는 것 보다 더 즐겁다는 평범한 진실, 받기 위해 주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 자체가 절묘한 기쁨이라는 진실을 믿으며, 우리 지역의 변화를 위한 진정한 네트워크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