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명근 부장 (충북종합사회복지센터)

최근 서울시 송파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소식과 동두천 모자 자살 등 생활고 비관으로 이른바 ‘공감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서비스를 강화하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제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알리는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3월 한 달간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일제 조사기간을 운영하는 등 관련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세 모녀의 경우 정부의 복지 혜택을 알지 못해서 가슴 아픈 선택을 했을까 또한 일제조사를 통해 발굴한 복지사각지대 사례에 적절한 지원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뉴스에 출연한 복지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세 모녀가 현행 기초연금 자격 조건에 따르면 설령 신청을 했어도 혜택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 제도에선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근로능력자로 판단하여, 추정소득을 부과하기에 수급자로 선정될 확률은 없다. 부양능력이 미약함에도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굳이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복지 현장의 동료들로부터 비슷한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분들이 매우 많지만, 자식, 며느리, 사위 등 부양의무자의 소득, 재산에 의해 국민기초생활보장을 받을 수가 없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물론 부양의무자가 부양의무에 최선을 다했다면 이런 가슴 아픈 일도 없었겠지만.

최저생계비 이하 국민들의 기초생활을 국가가 보장하여 사회안전망의 기초가 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부양의무제 등 갖가지 제약으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정부는 부정수급을 차단하기 위해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절대빈곤층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심사 강화로 2010년 155만 명이었던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2013년 135만 명으로 20만 명 가까이 줄었으나, 반면 투입 예산은 점차 증가했다.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층은 국민의 8.4%인 41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으니, 빈곤층의 3분의 1만이 지원을 받고 있으며, 빈곤층 안에서도 빈부격차가 발생하는 실정이 그들을 낭떠러지로 몰고 있다.

대통령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지원 받을 수 있도록 공무원들이 발벗고나서라 지시한들 현행 제도 내에서는 큰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현실을 반영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정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염없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확대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 또한 빈곤을 개인과 가족 연대책임으로 떠넘겨서도 안 된다.

서울시가 지난 2013년 7월부터 시 재정을 투입하여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운영을 통해 부양의무자 기준 등이 맞지 아니하여 법정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비수급 빈곤층 6천여 명을 구제했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나 재정자립도가 튼실했기에 이마저도 가능했으며, 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에서는 언감생심일 것이다.

세 모녀사건 등 일련의 사건에 따른 대통령 지시 사항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밝혀본다.

크게 두 가지로 첫째,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0조에는 생활보장사업의 기획·조사·실시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시·도 및 자치구에 사회보장 전문가, 공익대표자, 공무원으로 구성된 생활보장위원회를 두도록 명시했다. 이를 활용하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한 특례규정으로, 복지 공무원의 재량권을 확대해 ‘기준’에 들지 못한 이들을 사회안전망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당장 충분한 예산 확보가 어렵지만, 단체장의 강력한 의지로 자치단체마다 분야별로 흩어져 있는 긴급구호비 등을 통합한다면 적어도 세 모녀 자살과 같은 사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특정 기간 최저생계비를 지원하고, 공공사례관리를 통해 취약계층 대상 특성에 맞는 고용복지, 주거복지 계획을 수립하여, 빈곤 탈출을 지원해야 한다.

둘째, 복지제도 홍보와 접근성 강화이다. 보건복지부는 복지 소외계층을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긴급지원제도 등 복지제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정책과 사업 홍보는 다양할수록 좋다. 다만, 자료 배포 및 공익 광고의 단기적 홍보가 아닌 지속 가능한 홍보 방안으로 ‘○○복지관길’ 과 같이 주변의 복지기관명을 넣은 주소와 ‘○○복지관 정류장’ 의 대중교통 정류장 이름으로 교체하는 것은 어떨까

주변 사회복지 기관명을 넣은 도로명 주소는 ‘복지관길’ 로 부산광역시 영동구가 유일하다. 주소와 정류장명을 통해 지역 주민은 가까운 곳에 사회복지기관이 있음을 인지할 수 있고, 어려운 상황에 당면했을 때 정서적·물질적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다양한 복지 정책 및 관련 사업 정보 접근에 용이 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각 정부부처에 강도 높은 규제 감축을 촉구했다. 경제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규제를 완화하여,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정부가 규제를 푸는 공무원에 대해선 사후에 책임을 묻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두겠다고 한다. 현장중심의 규제개선과 시스템 개혁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도 반영되길 바란다.

우리나라 헌법 제34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졌으며, 국가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함을 기억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