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여성들, 침묵하는 사회

 송혜련 (충주YWCA가정폭력상담소장)
 

▲ 송혜련 소장 (충주YWCA가정폭력상담소)

요즘은 거의 매일 가정폭력, 성폭력과 관련된 뉴스를 듣는다.

언제부턴가 우리사회의 가정폭력은 살인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부부싸움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본다.

여성의 지위에 관한 140 개국의 국제보고서에는 지구상의 대다수 여성들의 인생은 폭력의 위협으로 그늘져 있다고 보고 되었다. 역사적으로 여성은 남성의 재산으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에 남성은 자신의 뜻대로 물리적인 힘을 동원하여 여성을 처벌할 자유가 있었다.

대다수의 국가에서 배우자 학대는 일반적이고 그것을 사적인 가족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찰과 법정은 이를 무시한다. 어떤 국가에서 남편은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아내를 ‘가르치고’ ‘훈육할수’ 있는 권리가 있고 아내가 간통을 범했다고 의심되는 경우라면 죽일 수 조차 있다. 이것을 보통 ‘명예방어 -defense of honor' 라 불리우는데 남편이 자신의 명예를 유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행했다는것을 증명하면 되었다고 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집계한 2012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수는 120명이며 살인미수인 경우가 49건이었다.

2013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의하면 최근 1년간 부부폭력을 겪은 비율이 45.5% 라고 나왔다. 즉 아직도 2가정중 1가정은 부부폭력이 벌어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피해자들이 이런 폭력에 노출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처방법을 보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 경유는 1.8%,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고작 1.3%였다. 대부분(68%) 피해자는 그냥 있었다고 한다. 이유는 가족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것 같아, 대화로 해결하기위하여, 자녀 때문에.... 등등이다.

이런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은 그 사안의 심각성에 비하여 피해자는 이웃에게 알려질까봐 창피하여 집안일로 감추고 가해자는 ‘맞을짓을 했고, 때려서라도 배우자의 잘못된점을 고쳐서 데리고 산다’ 라는 정당성을 주장한다. 또한 사회는 그런 가정폭력에 대하여 집안일이라 치부하고 개입하기를 꺼리고 나아가 너그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가정폭력은 결혼후 발생하는 문제라 보지 않는다.

그동안 상담현장에서 본 소견은 가정폭력의 전조현상은 이성교제 기간동안 이미 발생을 한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제기간중 폭력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그 심각성을 민감하게 느끼지 못할뿐이다. 우리는 이것을 ‘데이트 폭력’ 이라 말한다.

박근혜 정부가 가정폭력을 4대 사회악의 하나로 선정하면서 이제 가정폭력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명백한 사회적 범죄행위이고 인권의 문제로 다룬다.

가정폭력의 부정적 영향중 대표적인것은 폭력의 세대간 전이를 꼽을 수 있다. 청소년 상담지원을 하다 보면 부모세대의 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은 직·간접 성장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부모세대의 폭력이 자녀세대로 즉 세대간 전이가 된다. 자녀들은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다. 또한 이것은 어린시절 가정에서 겪은 폭력의 경험이 성인기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과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본다.

‘13년 경찰대학 논문을 보면 가정폭력의 경우 교도소 수형자 486명을 상대로 설문을 벌인결과 응답자의 51.2%, 성폭력사범의 64%및 살인범 60%가 성장과정에서 가정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형자들은 아동·청소년기에 가정폭력을 직접 겪거나 부모 간의 가정폭력을 목격하는 간접경험을 한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정폭력은 모든폭력의 근간이라고 본다. 가정이 건강하지 못할때 분노가 학교에서 표출되면 학교폭력, 또한 청소년들이 가정을 이탈하면 성폭력, 성매매에 쉽게 노출 될 수 있다.

가정이 그만큼 중요한것이다.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가정폭력을 쉬쉬할것이 아니라 상담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