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배

▲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 이사장 송유정

갈등 사회다.

어느 순간 갈등이 없는 사회가 있었겠냐마는.... 요즘처럼 극단의 갈등에 피로감을 느끼는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이미 사회가 저출생, 고령화, 양극화로 몸살을 앓아, 가진 자와 가진 것이 적은 이들의 사투는 어쩌면 인류 태초의 끊임없는 투쟁에서 노여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으나, 작금의 시대에 우리가 느끼는 피로감은 비단 부의 재분배, 권력의 재분배, 평등의 문제에서 야기되는 갈등의 선을 넘는 것이기에 피로감의 밀도는 높다.

당장 내 밥상에 해를 끼칠까 걱정이 되는 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인데, 정부가 나서서 문제없다고 선전을 하지를 않나. 배우 유해진이 출현해 재미나게 보았던 영화 「봉오동 전투」로 민족의 영웅으로 재조명을 받았던 홍범도 장군이 무엇이 어떻다고, 유해를 모셔와 극진히 예를 다할 때는 언제고, “동상을 철거한다. 잠수함 이름을 바꾼다.” 나라가 난리다. 근원의 갈등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세상에 피곤한 국민들이 해묵은 이념 논쟁을 해야하는 건지, 정부가 나서서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답답한 노릇이다. “카르텔은 또 무엇인가?” 그 영어 단어가 무슨 뜻인지 대충 짐작은 하겠다마는 그것이 우리 사회복지 현장하고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답답할 노릇이다.

고구마 백개 먹은 답답함은 또 있다. 당장 내년도 부문별 사회복지·사회적경제 지원 예산이 최소 10%에서 많게는 60%까지 삭감된다니 말이다. 저출생 고령화,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논하는 시대에, “보편적 복지‘는 어디가고, 조용히 고개를 든 정책기조는 ”약자복지“란다. 선별적 복지의 시대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시대를 역행하는 작금의 사태에 깊은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복지가 후퇴할 수 없다. 페러다임을 바꾸는 문제, “거대한 전환”을 이야기해야 하는 시대에, “약자복지” 왠 말이냐? 코로나로 지친 민심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꽤 오랜시간 사회복지사로 살아오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등한시할 수는 없지만, 가급적 정치적인 이슈보다는 ‘민생 현안’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해왔고, 적어도 민심에 귀 기울이는 행정을 기대해왔었건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욱 안드로메다로 가는 듯한 것은 기분탓인가?

자고로 민주주의는 이념이 아니라 가치의 문제다. 부의 재분배, 권력의 재분배, 평등의 문제, 복지의 문제로 양극단이 갈등이라면 나는 열두번도 기꺼이 받아드릴 의사가 있다. 일찍이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이 어느 인터뷰에서, “이제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민주주의를 거스를 수는 없을거라”고 당신 어눌한 말투로 신념에 차 말씀하시던 장면이 어제인 양, 선명하건만, 지금 시대는 거꾸로 가는 것을 넘어 도대체 어느나라 정부인지를 묻고 싶을 만큼 개탄스럽다.

배가 산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