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의 소망

▲ 청주복지재단 남미옥 상임이사

‘동남아의 우기’ 같다 할 정도로 지겹게 비가 쏟아지더니 어느새 저녁 바람이 선선해진 것이 가을이 한 걸음 다가온 것 같다. 예년보다 극심한 무더위와 국지성 집중호우로 말로만 듣던 기상이변을 멀미 나게 체험한 느낌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수해, 홍수, 화재,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많은 인명피해와 주택과 도시가 파괴된 뉴스를 접하면서 자연환경의 변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올해는 추석이 일찍 들었다. 8월 한가위, 추석은 멀리 떨어져 지낸 가족들이 고향에 모여 추수한 곡식과 과일로 조상을 기리는 제사를 지내고, 음식을 나누는 가족 축제였다. 하지만 부모님을 뵙기 위해 명절에 고향을 찾거나 성묘를 가는 풍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가족의 해체와 가족 수의 감소 혹은 혼자인 가족이 늘면서 명절이 가진 가족의 축제로서의 그 의미는 많이 퇴색되어가고 있다.

올 추석은 그냥 긴 연휴로 여기고 집에서 쉬거나 여행을 가는 것이 일반적인 세태가 되고 있다. 오히려 긴 장마로 인한 수해와 더불어 고금리, 고물가로 서민들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예년보다 이른 명절이 반갑지만은 않다. 낀 하루가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6일간의 긴 연휴를 맞게 되었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긴 휴일은 오히려 우울한 마음을 더하게 하기도 한다.

2021년 통계청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은 33.4%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2021년 기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는 가구의 70.9%가 1인 가구라 한다. 젊은 1인 가구가 늘면서 개인주의 성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족이나 이웃에 대한 관심보다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편안하고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더불어 이런 세태를 이해하기 힘든 노인 세대의 소외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명절의 경우 1인 가구 특히 노인, 중장년 1인 가구의 경우 가족관계의 단절로 느끼는 고독감은 더 클 것이다.

이 가을이 외로운 계절의 시작이 아니라 부모, 가족, 이웃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찾아보는 만남의 계절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모두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한가위가 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