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처럼 아름다운 민원

▲ 충청북도의회 이병하 전문위원

몇 년 전부터 충북도의회에 수시로 방문해 민원을 제기하는 S씨가 있다.

주요 민원 주제는 응급의료 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특히 도 내 자동심장충격기 설치ㆍ관리에 대한 내용이다.

2016년 9월 청남대에서 발생했던 심정지 사망사건 사고현장에 있었던 이후 트라우마에 힘들어 하다 지금까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게 된 것이 이 분의 민원제기 출발점이었단다.

꽤 빈번한 민원 제기 탓에 한켠에서는 고질민원으로 폄하되기도 했지만, 제도와 정책은 이런 누군가의 끈질긴 노력을 통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1년 급성심정지 발생 현황에 따르면, 119구급대가 2021년 한 해 동안 이송한 병원 밖 급성심장정지 발생 건수는 3만 3235건에 이른다. 2020년에는 3만 1652건, 2019년에는 3만 782건과 비교해 급성심정지 환자 발생 건수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심정지 환자에게 신속한 응급 처치를 시행해야 하는 골든타임은 불과 4분여 에 불과하다. 골든타임을 지키려면 자동심장충격기(AED)의 근거리 비치와 근무자들에게 이를 활용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중요하다.

그러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자동심장충격기 의무설치 시설은 최소화되어 있고, 이마저도 제대로 설치ㆍ운영 중인지에 대한 점검도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조례에 근거를 마련해 자체 예산으로 의무설치 시설 이외에 필요한 곳에 설치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10월6일, ‘충청북도 응급의료에 관한 조례’가 개정ㆍ공포 되었다.

개정조례에는 자동심장충격기의 법정 의무설치 시설 외에도 설치를 권장하고 설치비를 도에서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규정되었고, 도비 지원을 받아 자동심장충격기를 설치한 시설 종사자에 대해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경제도 정치도 일상생활마저도 복잡하고 답답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의지로 올곧고 줄기차게 민원을 제기해 서서히 가치있는 변화를 일궈내는 민원인의 모습이 고맙고, 가을 단풍처럼 아름답게 느껴졌다.

며칠 전 민원인과 사적인 담소를 나누며, 응급의료 분야는 지속성이 필요한 캠페인인만큼 이제는 혼자 동분서주하기보다 유관 단체들과 협력해 조직적으로 활동하면 어떻겠냐고 넌지시 의견을 던졌다.

물론 얼토당토 않고 이기적인 악성 고질 민원도 없진않다.

그러나 옳음과 나음을 위해 형편이나 외압에 굴하지 않고, 끊질기게 제기되는 민원들이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인간답고 행복하게 만든다.

가을 단풍이 서서히 남쪽으로 내려오며 전국을 물들이고 있다.

단풍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민원이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