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의 조건

▲ 청주복지재단 남미옥 상임이사

뜻하지 않은 손님, 코로나로 출근을 못하게 되었다. 약을 먹어 몽롱한 상태인데 잠은 오지 않고 달리 할 일도 없어 TV를 켰다. ‘3일의 휴가’라는 영화를 고르고 소파에 푹 파묻히게 자리를 잡았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독특한 관점으로 다룬 잔잔한 스토리의 영화였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일찍 생활전선에 뛰어든 엄마는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그녀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그녀의 삶의 목표는 하나뿐인 딸을 번듯하게 키우는 것이다. 딸이 공부를 많이 해 대접받으며 행복한 삶을 살게 해주는 것이 그녀가 살아가는 유일한 삶의 목표이다. 결국 그녀는 어린 딸을 동생 가족에게 맡기고 딸의 학비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재가를 하게 된다. 엄마는 식모살이 같은 결혼생활을 하며 딸의 학비를 지원하고, 딸은 삼촌 집에서 학업을 이어간다. 그런 엄마의 바람대로 딸은 악착같이 공부하여 미국 유학까지 하고 미국에서 교수가 된다.

엄마는 그런 딸이 자랑스럽지만 딸은 엄마에게 냉랭하기만 하다. 공동의 대화거리도 없고 밥 한 그릇 같이 먹는 것도 어색한 사이가 되어있다. 그러다 갑자기 엄마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 딸은 엄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귀국한다. 장례를 치른 후 딸은 엄마와 생전에 함께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떠올리며 슬픔에 잠겨 한동안 엄마의 집을 떠나지 못한다.

죽은 엄마는 저승에서 3일의 휴가를 받아 이런 딸을 찾아온다. 그리고 딸을 위해 살았지만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 동안 딸은 엄마의 사랑이 그리워 외롭고 불행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화를 보면서 각자 추구하는 행복이 다르고 세대에 따라 행복을 규정하는 것에도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인 동시에 시대적인 의식에서 비롯되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 우리는 많이 배우고, 가진 것이 많으면 행복하리라 생각했다. 오늘날 행복은 성적 순도 아니고 경제적인 것만이 전부인 것도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졌다. 크고 멋진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전력질주하는 긴장감 넘치는 삶 대신 하루하루를 여유롭게 작을 것을 이루며 살기를 꿈꾸는 삶도 좋다는 생각들이 늘어가고 있다.

사회복지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행복’이라는 가치를 추구한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의 삶이 좀 더 행복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그러나 누구나 관점이 다른 행복을 가지고 있으므로 클라이언트의 지극히 개인적인 것까지 들여다 볼 수 있어야 정말 시민의 행복한 삶을 지원하는 인간중심의 복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결핍된 것이 채워졌을 때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결핍된 것 중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채워질 때 느끼는 뿌듯함은 행복감을 상승시킨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빈부격차, 문화, 주거 격차도 점점 커지는 현대사회에서 소외계층의 결핍을 채워주는 사회복지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누군가의 필요를 채워주는 복지국가, 누구나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는 복지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사회복지사로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