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아동은 가족돌봄청년이 된다

▲ 최은희(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사회복지사를 하던 시절 여러 조손가정을 만났다. 위탁가정제도를 시작할 즈음 사회복지사를 그만두었으니 20여 년 전의 이야기이다. 조손가정 중 조부모가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분도 계시지만 술을 과하게 드시거나 매일 병원을 다녀야 하는 분도 계셨다. 어르신들이 손자녀를 키우기까지 힘든 가족사를 가슴에 품고 있으셔서 술로 위안을 삼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가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손자녀가 도와주는 설거지, 청소, 빨래, 병원동행에 의지하며 ‘역돌봄’을 받고 계셨지만 오히려 외적으로 조부모가 손자녀의 보호자이자 주돌봄자로, ‘역돌봄’을 하던 손자녀들은 단순히 방과후 공부방을 이용하는 아동복지 서비스의 대상자로 인식되었다.

2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정부는 미래 준비시기에 가족부양 부담을 떠안아 빈곤 악순환에 빠지는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증가하였고 부양돌봄책임에 대한 사회인식 변화로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2022년 ‘가족돌봄청년 지원대책 수립방안’을 발표하였다. 추진계획은 가족돌봄청년 제도적 정의 마련, 전국 규모 및 실태 파악, 기존 제도 연계, 신규제도 발굴 연계관리, 법적 근거 마련 및 사회적 인식확산의 7가지 과제를 담고 있다. 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으나 오는 7월부터는 청년미래센터 시범사업을 도입하고 돌봄을 전담하는 13-3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또한 가족돌봄청년 대상연령을 13세까지 낮추었고 특히 충북이 시범사업에 참여한다는 것에 기대감이 생긴다.

청년미래센터에는 가족돌봄청년팀과 고립은둔청년팀을 두며 가족돌봄청년팀은 대상자 발굴, 밀착 사례관리, 자기돌봄비 지급, 고립은둔은 발굴과 맞춤형 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반기 시작하는 사업이지만 보건복지부는 가족돌봄 발굴 및 사례관리 목표 사업량을 전국 2400명, 센터당 600명으로 잡고 있다. 어떻게 산정할지 모르나 6개월 사업량으로는 상당한 수치라고 생각된다. 가족돌봄청년은 활용 데이터에 따라 청년층의 0.6~4.3%로 추정되어 정확한 모집단을 알 수 없고, 정보접근성이 낮아 자신을 가족돌봄청년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며 인식하여도 자존감으로 인해 노출하는 것을 꺼려 발굴이 어렵다.

가족돌봄청년은 예기치 않게 주돌봄자가 되기도 하지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돌봄약봉투’ 광고처럼, 또는 현재 수많은 사회복지사가 경험하는 조손가정처럼 아동기부터 가족돌봄을 수행하는 일상을 삶 자체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따라서 생애주기별 지원기관,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시설, 학교, 회사 등 다양한 기관간의 연계를 통해 가족돌봄아동-청소년-청년 발굴이 필요하다. 아울러 경제적 어려움, 심리적 부담감, 진로설계 빈곤 등의 가족돌봄청년이 경험하는 문제의 고리를 아동기부터 끊을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하여 가족돌봄청년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다. 가족돌봄청년 이전 가족돌봄아동이 발생하지 않는, 혹시 발생해도 돌봄시스템을 통해 가족돌봄아동이 미래를 저당 잡히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