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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
최인석 기자  |  nh88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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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5.08  19: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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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

 

 

 

   
▲ 충청리뷰 이재표 편집국장

매주 한 차례 부모님 댁에 들른다. 교회에 다녀오는 길에 나와 아내는 각각 본가에 들러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웬만하면 거르지 않는다. 요식행위 같아 서글프지만 이게 현실이다. 장인은 요양원에 계신다. 나머지 세 분은 주중에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신다.

집에 갈 때마다 텔레비전을 올려놓은 수납장 위에 색칠하기, 종이접기로 그리고 만든 작품(?)들이 늘어간다. 얼마 전에 갔더니 알록달록 종이 복조리도 있었다. 아이들을 유치원 보내던 때가 생각나서 서글퍼졌다. 자꾸 눈길을 주니 엄마가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가져가”라고 말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뜬금없이 할리우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 2009년과 2017년, 두 번 개봉한 영화다. 그래서인지 제목이 귀에 익은데 나는 우연히 TV에서 봤다. 작정하고 본 게 아니니 영화 전체가 아닌 일부분을 여러 번 본 듯도 하다. 하지만 전체 줄거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벤자민 버튼의 생부 토마스 버튼(Button)이 ‘단추공장’을 운영한다는 설정에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80세의 노안과 노환을 안고 태어난 아기가 점점 젊어졌다가 치매에 걸린 아기가 되어 모든 기억을 잃고 숨을 거둔다는 기이한 설정은 묘한 공감을 일으켰다.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라는 관용적인 표현과 그런 생각이 서양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 사회는 생각과 제도, 기구(機構), 체제 등의 전환이 시급하고도 절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출생인구는 급격히 감소하지만, 노령인구는 늘고 있으며, 도시 특히 수도권으로 인구 집중이 이뤄지면서 ‘시‧군 소멸’이 온다고 겁박하는 사회가 됐다.

하지만 장려금을 준다고 출생이 획기적으로 늘지도 않고, 장려금을 받은 아이들도 중‧고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도시로 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다 갈수록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현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보험개발원이 생명보험 가입자 통계를 이용해 작성한 ‘경험생명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남성 86.3세, 여성 90.7세다.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면서 행복하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나는 그 출발이 ‘행정구역 개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서울, 수도권 탓만 하지 말고 청주시는 주변 시‧군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가 살펴야 한다. 도농이 함께 농촌의 빈집을 새로운 주거 공간으로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서 귀촌 용도 또는 공용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어 보길 제안한다.

문 닫은 농촌 학교를 다시 열어 기숙형 농촌 유학을 활성화했으면 좋겠다. 가족이 함께 이주할 수 있도록 준공무원 자격의 직장인 농부도 뽑으면 어떨까? 스스럼없이 농부를 자원할 수 있도록 스마트 농업과 채집경제를 전제로 말이다.

무엇보다 도시 대형병원에서 운행하는 버스가 농촌으로 다니며 어르신들을 모셔오거나 아예 ‘버스 병원’이 오지를 방문해 의료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나는 점점 시끄러운 도심에서 멀어지고 싶다.

아직은 불가능한 얘기지만 청주시민이면서 보은군민, 옥천군민을 복수로 신청하고 싶다. 세금도 나누어 내면 될 일 아닌가. 거리는 멀지만 단양군민도 되고 싶다. 인구가 줄고 노령화돼도 우리가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그때 출생도 조금씩 늘지 않을까? 신이 있다면 신이 허락한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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