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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청소부와 환경운동
최인석 기자  |  nh88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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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5.22  19: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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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와 환경운동

 

 

 

   
▲ 청주가경노인복지관 김 현 숙 관장

언젠가 한 어르신이 ‘나 일자리 구하러 왔어. 그런데 가능한 학교 교통지킴이나 청소하는 것은 말고 다른일로 하게 해줘.’ 왜 그러시냐고 여쭈어 보니 ‘내가 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사람인데 후배들 보기에 창피하기도 하고 아는사람 만날까봐 걱정되기도 하고...’하시며 속마음을 이야기 해 주셨다. 간혹 건물 경비를 하는 아버지가 부끄러워 모른체하고 지나쳤고 오랫동안 아버지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었다는 어느 청년의 회고. 우리 주변에서 많이 만나게 되는 일들이다. 무엇이 그런 마음을 갖게 했을까.. 쉬어야 할 늦은 나이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고 체면을 깎는 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 복지관에는 가경천 살리기를 실천하는 환경지키미사업단이 활동하고 있다. 가경천의 어느 다리밑에는 밤사이 일명 노는(?) 청소년들이 쾌락을 즐기고 버리고 간 깨진 유리병과 쓰레기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매일 치워도 또 똑같은 일이 반복되기 일쑤다. 우리의 환경지키미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편지글을 써서 다리에 게시하였다. “얘들아? 부탁을 할까? 어지럽히고 노는 것은 좋은데 병은 깨지 말고 옆에 놓아줄래. 위험하니까. 우리가 치워줄게. 가경노인복지관 환경지키미가”. 이후 학생들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고맙게도 친구들은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것 같았다. 이런 소소한 나름의 캠페인이 있은 후 놀랍게도 유리조각뿐 아니라 쓰레기가 많이 줄어들었고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런 활동은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시작한 초기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초기 어르신들은 다른 어르신들과 다르지 않게 일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창이 넓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활동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어르신들과 사회복지사들은 지속적으로 토론하며 우리들의 활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나누었고 후배세대들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직접 기획하고 실천하자는 의지를 다지곤 했다. 어느정도의 경험이 쌓이니 어르신들은 ‘우리는 환경운동가야’라는 자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욱 주민들과 가까이 다가서고 환경에 관심을 갖는 적극적인 환경운동가로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이 바뀌니 태도도 바뀌었다. 거리의 쓰레기를 줍고 청소하는 청소부라는 직무에 집중하기 보다는 환경을 생각하고 후배세대를 생각하는 목적에 적극적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결과 자존감도 높아지고 이제는 모자도 벗고 당당하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활동하게 되었고, 주민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존경의 시선도 받으며 활동한다고 이야기 해 주신다. 거리의 청소부에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세상에는 자신의 일에서 만족감을 얻는 사람이 많지 않으며, 특정 사람들 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은 월급봉투라는 의미가 클 수 있다. 특히 OECD국가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비자발적 이유로 인해 일자리 현장으로 나오시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이 더욱 경제적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젊은이들은 사회적 소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노인은 사회적 인정을 중요한 일의 의미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소속감의 욕구를 가진 젊은이들에 비해 노인들은 타인의 이목과 평가에 민감하고 체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타인의 인정과 존경을 추구하는 경향에 의한것이라고 한다. 한편, 자신이 하는 활동의 가치를 깨닫고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일을 통해 타인과 사회에 기여를 하면 일과 조직에 대한 애착이 증가하고 일에 몰입하게 되며 삶의 만족도도 상승한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타인과 사회에 기여를 하는 일은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고 존경을 받는 일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환경운동가 어르신들의 사례를 지켜보며 복지현장에 있는 우리가 복지실천가로서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각각의 일이나 활동에 대한 직무와 역할에 집중하기 보다 활동의 본질적인 가치와 목적에 집중하도록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쓰면 어떨지. 생각을 바꾸었을 뿐인데 삶의 만족도까지 높여주는 그 길을 안갈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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