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시행되는 ‘보호출산제‘

▲ 이순희 청주시사회복지연구소 소장

오랜만에 단비가 내렸다. 신기하게도 잠깐 내린 비 덕분에 옥수수가 밤사이 슈우욱 자랐다.

여성가족부의 ‘2022년 국가성평등지수 측정결과’를 보면 2022년 우리나라 성평등지수가 65.7점이다. 성평등지수는 국가의 성평등 수준을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지수화 한 값이다. 3대 목표·7개 영역·23개 지표에 걸쳐 여성과 남성의 격차(GAP)를 측정한다. 성비가 완전 평등 상태는 100점, 완전 불평등 상태는 0점이다. 영역별 성평등 수준은 교육(95.4점), 건강(92.4), 양성평등의식(80.0), 소득(78.5), 고용(74.0), 돌봄(31.4), 의사결정(30.7) 등의 순이었다. 전국 17개 지역의 성평등 수준을 상위·중상위·중하위·하위 등 4등급으로 구분한 결과 상위 지역은 서울·광주·대전·세종·제주이고 하위지역은 충북·전남·경북·경남이다.

최근 충북에서 미혼인 A씨가 자신의 방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그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안타까운 보도를 접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보호출산제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 사회적·경제적·정서적 위기에 놓인 임신부가 병원 밖에서 출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익명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병원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병원 밖 출산을 택하는 위기임신부가 늘어날 수 있어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이 제정됐다. 임신부는 보호출산 선택 전 반드시 지역상담기관과 전문상담을 받아야 한다.

임산부가 보호출산을 원할 경우, 지역상담기관은 위기임신부에게 양육을 설득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연계해준다. 임신부가 보호출산을 희망하면, 보호출산 절차와 법적 효력, 자녀의 알 권리와 그것이 자녀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 등 자녀의 권리 등에 대해 다시 상담한 뒤 보호출산 신청방법과 절차를 안내받고 의료기관에서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다.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가명과 관리번호(주민등록번호 대체)가 생성되고, 임산부는 이를 사용해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할 수 있다. 아이가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후 임산부는 최소 7일간 아동을 직접 양육하기 위한 숙려기간을 가져야 하고, 이 기간이 지난 후에 지방자치단체에 아동을 인도할 수 있다. 아동을 인도받은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체 없이 ‘아동복지법’에 따른 보호조치를 해야 하며, 입양 등 보호 절차를 밟게 된다. 생모는 아동이 ‘입양특례법’상 입양 허가를 받기 전까지 보호출산을 철회할 수 있다.

생모는 보호출산을 신청할 때 자신의 이름, 보호출산을 선택하기까지 상황 등을 작성해 남겨야 한다. 이 서류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영구 보존된다.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동은 성인이 된 후 또는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아 이 서류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서류는 생모의 동의를 전제로 공개된다. 생모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인적사항을 제외하고 공개된다. 보호출산제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보호출산제를 통해 보호되는 것은 ‘친생부모의 익명성’과 ‘아동 출생의 비밀‘이다. 우선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 등 취약 임산부에 대한 임신기 지원이 매우 미약한데, 이러한 지원체계 없이 보호출산제를 선도입하는 것이 아동 유기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보호출산제가 아동을 보호하자는 취지임에도 아동이 부모가 누구인지 알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즉 아동에게 인생에서 치유될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커다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지극히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비밀보장이 누군가에게는 임신 출산에 대한 가벼움으로 다가오지 않기를.

임신과 출산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임신과 출산으로 어려움에 처한 임산부를 지지하고 도울 수 있는 종합적 위기임신출산지원치계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신이 낳은 아기를 자신이 키울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주거지원, 직업지원, 의료지원, 양질의 보육제공, 안전한 양육지원 등 안정적인 제반 환경이 마련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적 규범과 제도 등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보호출산’은 최후의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