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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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복지재단 남미옥 상임이사

가끔 아침 운전이 버거운 날이면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버스에서 보는 풍경은 운전을 하고 가면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차례차례 눈에 들어와 새로운 거리를 지나가는 듯하다. 시야의 높이에서 오는 차이도 있겠지만 운전을 하지 않으면서 갖게 되는 여유로운 마음에 더 많은 것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뜨거운 돌풍을 일으켰던 혜민 스님의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잠시 멈추어 서거나, 천천히 걸으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는 기적같은 시간을 즐기게 될 수도 있다. 시간에 쫓기면서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잠깐 멈춤!’을 하고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는 여유라는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이다.

더 빠른 이동 수단, 더 빠른 무선 인터넷에 ‘빨리빨리 문화’ 등 시간과 전쟁을 치르며 살아가는 오늘날의 삶은 나이가 들수록 따라잡기 힘들어진다. 이에 따르는 부작용으로 많은 사회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과 헛헛함을 달래는 방법으로 선택하게 되는 다양한 중독 관련 문제들이다. 여러 사회지표가 말해주듯 현대 사회는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청장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에 걸쳐 스트레스와 공허함, 불안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당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마약과 청소년 도박 문제가 전에 없이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도박을 하려면 장소가 필요했지만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도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도박 문제가 심각해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늘어나는 ‘나 홀로 세대’는 사회적 관계에서 멀어지고 사람과의 소통이 아니라 인터넷 기기를 통한 가상 세계와 소통을 하는 것이 더 쉬워졌다. 그렇게 사이버게임과 도박에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도박이나 게임에 중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이버 도박의 경우 본인들은 도박이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중독이라 생각하지도 않아 더욱 멈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된다. 특히 청소년 도박 중독의 경우 연령은 더 어려지고 그 정도는 심각해질 것으로 보여 부모와 학교 등 민간과 공공이 함께 나서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도박을 할 때는 극단적 흥분과 긴장을 느끼게 되면서 마약과 비슷한 자극을 느끼게 하여 점차 중독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그럴 때 잠시 멈추고 다시 주위를 환기하며 마음을 추스르는 기회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바쁜 일을 잠시 멈추고 눈을 돌려 우리 아이들의 주변과 활동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관심을 가지고 자녀들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챙겨볼 여유를 가져야 한다. 잠깐 멈추어 서서 지긋이 들여다보면 간과하고 지났던 많은 것들이 보이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위험한 유혹에 빠져있을 때 멈추고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쏟아지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 많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다양한 게임과 도박의 유혹에 넘어간 청소년들은 빠져나오기 힘든 도박 중독의 덫에 걸려 망가지게 된다. 이를 보호하고 예방시키는 일은 어른들의 몫이다. 저출생으로 점점 더 귀해지는 자녀들을 건강하고 바르게 키우기 위해 유해 환경을 걸러주고 제대로 판단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우리의 책무이다. 아동, 청소년, 청년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미래 세대들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