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프로의 반성

▲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 현 진 교수

제목을 보고 골프를 떠올리셨으면 글이 재미없을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든 프로가 되고 싶은 이의 간절함을 담은 제목일 뿐. 내가 몸담은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는 ‘시설평가’제도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사회복지시설은 3년에 한 번씩 평가를 받으면서 서비스 점검을 받게 된다.

다행인지 매년 시설평가위원으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져 다양한 현장 방문 기회를 얻고 있다. 올해는 양로시설 평가를 담당하게 되었다. 노인복지시설의 경우 장기요양시설이 워낙 많다 보니 아직도 양로시설이 운영되는가 싶겠지만,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않은 어르신 중 혼자 지내기 어려운 분을 위한 주거시설로서 충북은 청주, 충주, 제천, 음성 지역에서 6개가 운영 중이다.

최근 시설평가 과정에서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이 이용자 만족도 조사다. 서비스 질을 평가하는 요소 중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의 만족도 조사는 중요하다. 물론, 적절한 표본 확보가 어렵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어 그리 신뢰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있지만 여전히 만족도 조사는 서비스 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평가를 진행하면서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위해 한 시설의 휴게실에 들어서니 대여섯 분의 어르신이 서성이거나 소파에 앉아 계셨다. 휴게실을 한 바퀴 둘러보고 담당자에게 어르신들이 거동은 하시는지 물었다. 거동이 어려우시면 직접 이동을 하겠다는 의미에서 한 질문이었으나 담당자는 건강한 분들이셔서 이동도 가능하고 만족도 조사에 충분히 답변해주실 거라고 알려주었다.

조사를 도와주시니 반갑기도, 고맙기도 해서 설문지를 들고 너스레를 떨며 “어르신, 우리 오랜만에 한글 공부 좀 할까요?” 했더니 대뜸 할머니 한 분이 나를 쳐다본다. “뭐요? 여기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니에요. 내가 이래 봬도 4년제 대학 나와 학교 선생 했어요” 하신다. “그리고 우리를 세 번이나 그렇게 대했어” 그러신다. 깜짝 놀랐다. 그렇게 대했다는 건 내가 세 번이나 어르신들을 예의 없게 대했단 말인가?

아뿔싸. 들어오자마자 둘러본 일, 거동은 하시는지 당사자 앞에서 확인한 일, 한글 공부하자 유치하게 말한 일. 이거였나보다. 맹세컨대 한글을 모르실거라 생각했다기보다 준비된 설문지 글씨가 너무 작아 읽어드릴 심산으로 드린 말씀이었는데 어르신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하셨나보다. 유쾌하게 한다는 언행이 오히려 큰 목소리에 위압적인 태도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 어르신이 그렇게 느꼈다면 위압적인 태도가 없었다 해도 내 잘못이다.

너무 당황했지만, 지체하지 않고 정중히 사과를 드렸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깊이 고개 숙여 사과를 드리니 한 번 쳐다보시고는 충실히 조사지에 답을 해주셨다. 물론, 글씨가 작은 불친절한 조사지는 읽어드려야 했다. 한글을 모르실거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다시 죄송하다 말씀드리니 알았다며 떠나셨다.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조금 떨렸다. 비교적 편견과 차별을 해소한 숙련된 전문가라 여겼던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워서. 지금 생각해도 낮 뜨겁다. 왜 그랬을까. 농담과 유희, 그사이 차별의 경계가 모호해진 이 날의 반성은 겸손해지자는 다짐으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