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대해 생각하다.

▲ 청주가경노인복지관 김현숙 관장

요즘 가슴한켠 뭉클한 감동과 자부심을 선사하고 있는 올림픽 국가대표들의 성공담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선수들의 그동안의 고충과 스포츠계의 내외부 문제들로 인해 일부 스포츠협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한가지 자극적인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어르신들의 경기장 비매너로 인해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다’며 이들의 정체는 체육협회 지방의 회장, 부회장, 사무국장 등 임직원들이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보며 ‘왜 하필 어르신들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까?’ 어르신이라는 용어가 존경의 의미가 아님을 직감적으로 느끼며 씁쓸함을 느낀다.

또 얼마전 안타깝게 9명이 사망한 서울 시청역 사고는 차량급발진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결과가 나와 60대 운전자에게 많은 사람들의 울분과 원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에서만 일주일새 ‘급발진’으로 주장하는 60대 이상의 운전자가 포함된 교통사고가 2건이나 더 일어나니 나이가 들면 면허를 반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노인의 수와 비중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는 우리나라는 인구의 20%가 노인인 초고령사회의 목전에 와 있다. 이에 노인운전자 또한 증가하고 있고 이들이 유발하는 교통사고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며 평균치사율 또한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노인의 신체능력의 한계에 기인하는 것으로 극복되기 어려우니 노인운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더 높아지고 있다. 노화로 인해 운전과 관련된 신체적 능력인 시각, 인지 및 정보처리능력, 운동 통제능력이 저하되고 젊은이들에 비해 운전상황을 통제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에서 신체검사를 강화하거나 운전면허를 스스로 반납하게 하거나 일부에서는 일정 연령이 넘어서면 운전을 아예 금지시켜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기사들은 차량급발진이라는 차량의 기술적인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60대 이상이라는 연령에 초점을 맞추어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사고율만으로 보면 노인보다는 오히려 10대나 20대 초반이 더 높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또, 실제로 급발진 의심사고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하인 경우가 56.8%를 차지하고 60대 이상이 43.2%인 것으로 나타나 실제 운전자 수 대비 연령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노인들의 경우 사고의 위험성을 상쇄할만한 경험이 풍부하고, 조심성 있다는 측면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기술적 부분으로 보완하면 될 일이고, 사고의 위험성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정재계의 움직임이 필요할 뿐이다.

우리가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생각해 보자. 도시보다는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사회활동이나 일상생활을 위해서는 대중교통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자가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지역에 거주하더라도 편리한 교통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이동의 편의성을 위해 차량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필자만 해도 우리지역에서 자기 차량이 없이 이동한다는 것은 엄청난 불편함을 감수하고 결심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나이를 떠나 이동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특별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보통 사람이다.

선거철에도 노인을 향한 혐오 감정은 더 증폭되고 보훈단체나 일부 고령화된 보수단체들의 극단적인 모습이 집단의 의견을 가진 것이 아니라 고령으로 인해 비합리적 사고를 하고 판단력이 부재한 것으로 보여져 노인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기사들은 어르신들이, 또는 고령자들이 사고를 주로 일으키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로 인식되도록 사회적 편견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렇듯 현실에서, 언론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노인의 위상은 과거 노인이 가지고 있던 공경 받는 존재, 충과 효의 대상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이제는 노인혐오의 시대가 되어 세대간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나와 다른 존재라는 이질적인 존재에 가하는 폭력과도 같다. 젊음이라는 것으로 표현되는 정상성과 다수성이 소수이며 나와 동일하지 않는 존재로서 나이든 자들을 타자화 하고 앞으로 자신에게 다가올 늙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 분노를 부정하는 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닐지. 스스로도 반성해 본다.

사회 전반의 인식변화는 노인을 혐오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과 제도로서 가능한 일은 아닌 듯 하다. 우리사회는 이미 제도로서 노인, 장애인 등을 구체적 지원의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규정하고 있고 그들을 위한 복지제도가 성장해 오고 있다. 사회적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혐오를 부추긴다. 복지를 실천하는 자로서 이들 복지제도에 대한 근원적인 부정을 하자는게 아니라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장애수당, 노령연금. 등등.으로 이름지어진 정책과 제도들이 그들을 이미 혐오의 대상으로 가져가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정책과 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이름이 문제다.

특정 대상을 지칭하는 복지관의 명칭과 역할부터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노인을 특수대상으로 정의된 존재가 아닌 보통 사람들 중의 한 사람으로, 그 자체로 가치있는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우리의 태도도 달라져야 하겠다. 내가 속한 집단으로서의 인식 자체가 타자의 집단에 대한 경계가 생기듯 우리는 노인을 다른 집단으로 이해하며 점점 벽을 만들어 왔다. 그러니 우리는 그 경계를 허물거나 타자의 집단에 대한 공감력을 키워야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의 자세와 누구나 맞이할 자신의 노년에 대한 불안감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인식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겠다. 그 출발은 바로 ‘알아차리는 것’ (예를 들어 성인지 감수성과 같은.. ), 차별 인지 감수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추신: 언론은 사회를 이끌고, 시각을 변화시키고 여론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그러기에 언론에서 나오는 기사의 문구들에 따라 많은 사람들의 인식과 가치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언론의 차별인지 감수성이 우선 장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