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천장 저 너머

▲ 박 미 영 (청주시가족센터장)

올여름 더위는 강자 중의 최강자다. 기후 위기란 말이 절대적으로 실감 나고 앞으로 닥쳐올 변화가 두렵게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런 더위에는 에어컨 틀어놓은 사무실이 가장 시원하다는 신개념 ‘피서’에 적극 동의하는 바이지만 여름휴가도 놓치고 싶지 않아 가족들과 1박 2일의 아쉬운 여행 끝에 집에서 TV 리모컨을 돌리다가 30여 년 전 드라마를 만나게 되었다. 젊은 시절 추억이 살포시 떠오르는 애틋한 반가움에 ‘그래 바로 너~ 채널 고정!’

그러나 시청하자마자 바로 탄식이 터져 나왔다.

‘30년 전 드라마에는 저런 대사가 아무렇지도 않았구나’,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을 복창하게 하는 장면과 박사 과정에 있던 여성에게 결혼과 동시에 모든 학업과 취업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쓰게 한다거나, 결혼 이후 남편 뒷바라지에만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장면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물론 이 드라마는 변화되는 시대상을 그려내고자 했던 작품이었지만 새삼 그 시대 의식을 기억하게 했다. 30년이 흐른 지금 드라마 속 장면들은 더 이상 공감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유리 천장 저 너머는 멀기만 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성별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 격차 지수(Gender Gap)’는 전체 146개국 중 94위를 기록해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교육・건강・정치・경제로 구성된 4개 분야에서 한국이 보여준 성적은 교육(94.9%), 건강(96%), 경제(60.5%), 정치 권한(22.5%) 등으로 교육과 건강 부분에서는 비교적 높은 달성률을 보이지만 경제와 정치 권한 분야에서는 여전히 커다란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 2024년 기준 지역구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 14.2%, 2023년 기준 정규직 근로자 중 여성 비율 39.5%,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55.6%, 대학교 교원 여성 비율 29.1% 등으로 나타나 여성이 교육 수준은 높으나 사회적 진출은 상당히 제한적임을 너무나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녀 임금 격차는 어떠할까!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OECD 국가 중 1위(31.2%)로 세계에서 ‘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는 불명예를 1996년부터 현재까지 약 28년째 꾸준히 유지해 오고 있다.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회는 지속 가능한 사회가 아니다. 그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달려갔던 많은 여성 선배의 눈물겨운 고군분투가 그나마 오늘을 이끌어 주었다.

오는 9월 1일부터 7일까지는 ‘양성평등주간’이다.

양성평등주간은 성별과 관계없이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인 양성평등사회 실현을 촉진하기 위해 지정된 기념 주간(양성평등기본법 제38조)으로 각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기념행사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변화하여야 한다.

메아리로 사라지는 양성평등주간이 아니라 삶 속에 작은 부분 하나라도 실천하고 변화하여 평등한 문화를 정착해 나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끊임없는 외침이 저 멀리 유리 천장을 깨부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한 걸음 크게 걸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