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반전

▲ 조 남 현 사무처장

                                           조      남      현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사무처장

저렇게 하얗고 예쁠 수 있을까?
하얗다 못해 투명한 피부를 가진 조각같은 여성이 검색대를 지키고 있었다.
살짝 웃어만 준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얼음장처럼 차갑다.
아에로플로트 항공기 날개에 앉아 찬바람을 마주하며 먹이감을 노리는  두리두리한 눈을 부라리는 독수리떼들...
높은 담으로 둘러 쌓인 모습을 보며 키다리아저씨가 생각났던
구 소련시절에 모스크바 공항의 모습이었다.
이렇듯 처음 보여지는 이미지는 저장되어진다.
분명히 수정을 하였는데 다시 클릭하면 처음 것이 보여진다.
기계적일 수 없는 인간의 ‘하드’구조 때문이리라.

신간선을 처음 탓을 때이다.
똥꼬가 보일 정도의 짧은 치마를 입은 여고생들과
영화 친구에서 보던 교복차림의 남학생들의 대담한 애정행각에 놀랐다.
남들이 보는 기차 안에서 학생이 어쩜 저렇게 노골적일 수가 있을까?
그리고 또 다른 공원에서 지퍼를 내리는 모습에
로마 말기 문란한 사회상과 흥망성쇠와 관련지으며 일본의 앞날을 걱정했었다.
그때 일본친구의 화답을 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1억 명이 넘는 일본인 중에 조 선생이 말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많아도 10%도 되지 않아요. 90%가 넘는 대부분의 성실한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이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깨달은 것이 있다.

연일 발생하는 우리사회의 부정적인 모습들...
매스컴을 보면 듣기 민망하고 보기 부끄러운 장면들이 홍수를 이룬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주변에는 훈훈한 인정을 가슴에 지니고 있는 이웃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근검하고 성실한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 우리나라는 살 만 하다.
금년 초 청주톨게이트에서 이웃돕기 성금모금운동을 하면서 자녀의 손에 지폐를 쥐어주고 적십자 모금함을 가르키는 부모를 보았다.
청주시 사직동에 사는 어느 할머니는 폐지를 주워서 얻는 수익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적십자에 성금을 보내왔다.
충주시 교현동에 병든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만화와 한국화에 소질을 보이는 소녀에게 화가인 적십자봉사원이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고 싶다.’는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주는 일처럼
들으면 행복하고 웃을 수 있는 뉴스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려고 한다.

신간선의 놀람을 희석시킨 일본의 친구에게서 모스크바 공항의 황량함을 이젠 지울 수 있다. 이렇듯 분명한 확신은 처음 이미지를 반전시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