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학교를 통해 그리는 새로운 삶의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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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4.4.26 금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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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민학교를 통해 그리는 새로운 삶의 궤적-굿네이버스 글로벌 시민학교(캄보디아) 참관기-

최인석 기자 | nh8845@hanmail.net

승인 2013.03.06 14:30:08

굿네이버스 글로벌 시민학교는 굿네이버스 교육전문위원들(굿네이버스 교육사업 자문위원을 칭함)에게 세계시민교육을 알리고 제3세계 빈곤현장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여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역할 그리고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도와 교육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의 확산과 이를 통한 국제적 리더십을 소유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기관과 국제 NGO의 협력 프로젝트이다.

아래글은 지난 1월 21부터 1월 25일까지 굿네이버스 충청본부 주관으로 캄보디아에서 진행된 글로벌 시민학교의 일원으로 참관하고 돌아와서 글로벌 시민학교를 통해 제3세계의 빈곤현장을 직접 체험하면서 본 활동에 깊은 인상을 받은 충주성남초등학교 지상이 교장이 상세한 참관기를 통해 캄보디아의 빈곤 현실과 함께 본인의 소감을 전달하고 있다. <편집자>

2013년 굿네이버스 글로벌 시민학교 참여를 위하여 캄보디아로 떠났다. 도착지는 캄보디아 시엠립 공항인데 비행시간은 5시간, 현지와의 시차는 2시간, 현지 시간으로 10시20쯤 도착했다.

22일 아침은 버스를 타고 넓은 평원을 바라보는 일로 시작되었다. 시소폰 지역의 뱅몽 어린이집까지 가는 길, 산은 보이지 않고 도로는 굽은 곳 없이 1자로 곧게 뻗어 그저 가도 가도 막막한 평야이다.

3시간여 달려 도착한 어린이집은 굿네이버스에서 운영하며 80여명의 유아들을 수용하고 있었다. 미리 준비한 듯 환영식을 하는데, 환영인사와 간단한 리코더 연주에 이어 고사리 손으로 만든 꽃 선물을 받았다.

센터 내 교실에서 점심을 먹고 2층 교실로 올라가 유치부 어린이들의 미술 수업이 시작되었다. 미리 준비해 간 티셔츠에 염색용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다리미로 다려 염색된 옷을 입어보는 활동이었는데 아이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활동하였고 아이들 역시 즐거워했다.

아쉬운 대로 활동을 마치고 간식을 나눠주었다. 빵과 우유를 받아든 아이들은 조금 찍어 맛을 보고는 대부분 가방에 집어넣는다. 집으로 가져가 가족에게 맛이라도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제 아이들은 집으로 갈 시간이다. 몇몇 학부모들이 아이들 마중을 나온 모양이다.

잠시 쉬는 동안 손녀를 마중 나온 할아버지를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손녀딸이 입은 티셔츠, 받아온 간식을 확인한 노인은 손녀딸에게 인사를 시킨다. 두 손을 모아 ‘어꾼 찌란’(정말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하는 할아버지와 손녀! 큰 눈에 선량한 표정, 그저 걸쳤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최소한의 옷차림, 그리고 신은 끌신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워 맨발이 편할 듯 싶은 거친 발!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은 조손의 모습이다.

오후 3시부터 페인트 작업이 시작되었다. 교실로 쓰는 1층 실내 도장 작업과 실외에 있는 미끄럼틀, 그네 등 운동 기구를 도색하였다. 벽면이 거칠고 게시물을 거느라 사용한 테이프 자국이 많아 칠을 해도 아주 매끄럽지는 않았다. 반면에 실외 운동기구는 다양한 색들이 준비되어, 칠하고 나니 보기가 참 좋았다. 시간이 없어 처음에는 실내만 하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교장 선생님들이 열성적으로 일하여 하는 김에 다 하자고 하여 작업 범위가 넓어졌다. 다들 땀을 흘리며 참 열심이다. 나 자신도 언제 학교에서 이렇게 땀 흘리며 작업에 매달린 적이 있었나? 생각할 정도로 참 오랜만에 많은 땀을 흘렸다. 박대섭 교장은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여기 저기 좋은 장면을 담기 위해 동분서주, 박충렬 교장은 잠시도 쉬지 않고 덜 칠해진 곳, 미흡한 곳을 찾아 말끔히 마무리를 한다.

23일, 이제 봉사 2일째이다. 행선지가 시골길이라 큰 차가 가기 힘들어 작은 봉고차에 짐을 싣느라 애를 먹었다. 펑크 날까 걱정될 정도의 과적차량은 초등학교를 향했다. 굿네이버스 캄보디아지부에서는 뱅몽초등학교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급식사업과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뱅몽어린이집을 운영해 빈곤가정 아동 50명을 보호·교육하고 있다.

1교시는 미술 수업이 진행되었다. 4개 조로 나누어 어제와 같은 티셔츠 페인팅 염색 수업인데 큰 꽃을 그리기도 하고 자기 가족을 그리기도 하며 자기 생각대로 아주 열심이다. 교실은 목조 건물로 매우 낡았는데 우선 책걸상이 너무 오래 된 것이라 교체가 시급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낡아서 버리는 책걸상도 여기에 오면 새 것이 될 것 같은데 안타깝다.

2교시는 체육 수업이다. 종목은 고리 던지기, 제기차기, 2인3각 달리기, 긴줄넘기로 4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우리 1조는 고리던지기를 맡았다. 줄을 세우기도 하고 던지기 시범을 보이기도 하고 바쁘게 움직이었는데 훈련이 잘 되지는 않았어도 말을 잘 듣고 나름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귀여웠다. 한 아이를 시켜 던져진 고리를 회수하여 출발선에 정리하도록 시켰는데 다람쥐같이 잽싸게 움직여 진행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선물로 준비해 간 시계를 나누어주며 시간을 맞춰주고 간식도 분배하였다. 이 애들도 간식은 대부분 가방에 집어넣는다.

오후 일정은 각 조별로 한 가정을 방문하기로 되었는데 매우 기대되었다. 잠시 동안이나마 그들 사는 모습도 보고 함께 활동하며 정을 나누는 시간이다. 각 조별로 미션이 주어졌다. 우리 조는 부모와 두 딸이 있는 가정에 가서 함께 땔감을 구해오고 요리를 하는 것이었다. 그 외 다른 조의 미션으로는 물 긷기, 낚시하기 등이 있었다.

한 시간 여 달려서 집에 도착했다. 두 딸 중 막내가 바로 우리 조에게 수업을 받았던 아이었다. 우리 얼굴을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하며 다 기억한다고 했다. 장래 희망을 물으니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언니는 일하러 나갔고 세 식구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원두막 같은 허름한 그 집에서 함께 사탕 목걸이를 만들어 아이에게 걸어주니 참 좋아한다. 아이의 이름은 ‘허말리언’라고 한 것 같은데 표정이 밝고 눈치가 빠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가 다리를 앓아 제가 집안 살림을 해 온 까닭이다. 나무하러 가는 곳은 마른 논을 가로 질러 군데 군데 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으로 그 곳에서 죽은 나무를 잘라 오는 것인데 아이는 익숙한 듯 도끼와 무거운 칼을 챙겨 든다.

우리는 해 본 일이 아니라 서툰 솜씨로 열심히 나무를 모으는데, 나는 가시나무를 칼로 내리쳐 자르다 손을 가시에 찔려 피가 나고 이혜주 교장은 가시가 엉덩이에 박혀 고생하기도 했다.

나무를 해 오니 화덕에 불을 피워 놓았다. 요리가 시작되었는데 아이는 오리알을 깨뜨려 기름을 두른 펜에 지져낸다. 불이 센 듯 하면 타던 나무를 화덕에서 꺼내 옆으로 옮겨 놓는다. 손도 잽싸서 우리가 마늘을 까면 깐 마늘 담을 그릇을 가져다주고 고기를 꺼내면 바로 도마와 칼을 내온다. 박충렬 교장이 고기를 써는데 칼이 안들어 애를 먹는다. 아이가 칼 가는 숫돌을 내오는데 손바닥만 한 것이 쓸만한 게 못된다. ‘이 집 남자는 아무 일도 안하나? 칼이라도 갈아놓을 것이지. 어린 딸이 고생하며 살림하고 학교 다니는데...’

마늘을 다져 넣고 고추장에 돼지고기를 버무리고 약간의 설탕과 소금, 그리고 다진 파, 당근 등을 썰어 넣어 기름을 약간 두른 팬에 들들 볶아내니 제육볶음이 그럴듯하다. 맛을 보니 그만이다. 한마디로 끝내준다. 소박한 상을 차려놓고 설거지를 하는데 큰 물 항아리가 둘 있다. 물이 맑지 않고 뿌옇게 탁한데 그걸로 식수도 하고 요리도 한다.

굿네이버스에서도 아동을 포함한 지역 주민들을 수인성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하수 개발 사업, 정수기 보급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 되자 박대섭 교장은 인천을 떠나올 때 차 안에서 먹으라고 받은 과자 봉지를 그대로 아이에게 건네준다. 나는 가방 속에 있던 손전등, 손톱깍기 세트, 호루라기를 아이에게 선물로 주었다. 아쉬운 작별을 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박대섭 교장은 눈물을 훔친다. 나도 왜 이리 가슴이 답답하고 찡한지 모르겠다.

캄보디아는 1975년, 폴포트가 이끈 크메르루즈 정권이 부패한 론놀 정권을 무너뜨리고 잔인하고 무자비한 반대파 학살이 이루어져 17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는 캄보디아 국민 3명 중 1명이라고 한다. 국가 지식기반은 무너지고 주민들은 기아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미션을 마치고 굿네이버스 캄보디아 지사에서 평가회를 가졌다. 활발한 의견들이 나왔다. 모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쏟아놓았는데 결론을 간추리면 첫째, ‘철저하게 미리 준비를 잘 해오자.’ 둘째, ‘봉사의 의미를 깨닫는 소중한 기회였다. 나의 삶이 달라질 것 같다.’ 는 내용이었다.

24일, 캄보디아의 마지막 날로 앙코르 문명을 답사하였다. 앙코르 유적 답사 후 톤레샴 호수를 배를 타고 관광하였다. 호수를 관광하는 동안 가슴 아픈 이 나라의 실상을 압축적으로 경험하였다. 피리, 구슬, 목걸이 등을 들고 파는 아이들, 배에 올라 무조건 작은 손으로 어깨를 주무르고 돈을 달라는 아이, 작은 배로 다가와 어린 애를 앞세워 1달러, 천원을 외치며 구걸하는 사람들, 고대 앙코르 문명의 위대함을 보고 온 후에 현재의 서글픈 모습을 보니 아련한 아픔에 가슴이 싸아 하니 저린다.

밤 비행기에 몸을 싣고 비행기 안에서 한 잠도 못자고 집에 와 몸은 천근같이 무거웠다. 그러나 글로벌 시민학교의 경험이 내 남은 삶의 궤적에 어떻게 작용해야 할까를 생각하고 깊은 사유의 즐거움에 빠져 작은 생각의 편린도 놓칠 새라 이렇게 바삐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충주성남초등학교 교장 지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