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

▲ 충청북도의회 이병하전문위원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노인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노인돌봄 현장의 실태를 보면 우리 사회가 제대로 준비되어 있는지 의문이 든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요양보호사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문요양보호사의 월평균 임금은 87만원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고용 불안정과 인권침해 문제도 심각하다.

이는 우리나라 노인돌봄 체계가 지나치게 시장화, 영리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체 장기요양기관의 80% 이상이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기관이다. 이들은 수익 창출에 치중하다 보니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돌봄노동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사회적 지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 요양기관을 대폭 확충하고, 요양보호사의 적정 임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요양보호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역량 강화 교육 지원도 필요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좋은 노동의 미래를 위한 돌봄노동과 돌봄일자리" 보고서에서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고 이를 통해 돌봄 재원을 확충하는 선순환 구조를 제안했다.

돌봄서비스에 AI가 도입되더라도, 사람의 손길을 완벽히 대신하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 따라서 돌봄노동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만이 곧 우리 부모님들, 나아가 향후 우리 모두의 노후를 더욱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길일 것이다.

우리도 이제 저비용-저효율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와 사회는 돌봄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초고령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하지만 그것이 재앙이 될지, 새로운 기회가 될지는 우리의 준비에 달려있다. 돌봄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존중은 그 준비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