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 Of Change (변화의 바람)

▲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 이사장 송유정

1년 6개월 이후로 다가온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발효에 앞서 마음이 바쁘다. 그간 현장의 다양한 노력과 헌신으로 우리지역의 돌봄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이 된 것일까? 올해 새롭게 시행된 ‘충청북도일상돌봄서비스’를 통하여 이제 돌봄이 필요한 청·중장년과 가족돌봄청년까지, 사회서비스의 범주로 들어왔다는 소식이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구색 갖추기에 지나지 않는 건 아닌가, 초조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왜 아니겠는가? 현장은 동요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발효한다는 것은 사회복지현장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음에, 나는 기대를 내려 놓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특질은 단연코, “법에 의한 제도의 안착”이 아니었던가? 비근한 예로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보자. 어느덧 제도 15년을 넘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출범 당시 선명하게 「장기요양보험료」의 재원이 건강보험료의 일부로 충당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국민 대다수가 잘 몰랐다. 그나마 건강보험이 전국민의무 가입이니 별다른 고지 등 그 흔한 동의 절차도 없이 제도가 안착된 사례가 있다. 당시 낮은 진입장벽으로 재가장기요양기관 설립 시 시장화 등 공공성에 대한 우려가 심각했지만, 제도 15년이 지난 지금, 또 그런대로 우리 사회의 효자로, 저출생고령화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통합돌봄에 대한 변화의 흐름은 미세하지만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가깝게 농림부 주관의 「사회적농업」 사업에서도 변화의 흐름은 읽을 수 있다. ’복지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지역에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하여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촌주민생활돌봄공동체」 사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생애주기별 종합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인‘의 대표인 필자가 가장 신나서 함께하는 분야의 통합돌봄 기반조성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지역 주민이 주인이 되어, 돌봄을 제공하는 일이야말로 ’통합돌봄‘의 가장 지속가능한 기대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다. 내 옆집의 어르신이 편찮으실 때, 가장 먼저 알아체고 돌봄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고, 접근성있게 달려갈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이웃‘이다.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일이야 말로 전통적으로 우리가 가장 잘해오던 공동체 돌봄이고, 다시 복원해야 하는 삶의 방향이 아닌가?

주말 아침마다 TV를 타고 방영되는 충북MBC의 “계란이 왔어요.” 프로그램을 접하며, 나는 또 통합돌봄의 시대를 실감한다. 흔하게 농촌마을에서는 제철 채소를 비롯, 건강한 식재료를 자급자족할 것이라 여기지만, 실상은 인구 소멸로 농촌지역에서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마트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게다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교통조차 불편한 농촌마을에서 읍내에 나와 두부 한모, 계란 한판 사지 못하는 형편.

방송은 농촌에 살면서도 정작 신선식품을 먹지 못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전남 영광군 묘량면의 「여민동락공동체의 동락점빵 이동점포」의 사례를 소개하며, 대안을 함께 찾아간다는 기획이다.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서 이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직접 군수를 만나고, 이장님들과 마을 주민들이 모여 가능성을 실험하는 방송내용은 흐믓했다.

마침내 청성면에 “계란이 왔어요” 이동점빵 차량이 입고되어, 매일 곳곳의 오지마을로 어르신들을 찾아 가, 계란도, 우유도, 무거운 간장도 직접 배달해주며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그런 마을은 우리에게 올것인가? 요소요소에서 각 분야마다 이렇게 애쓰는 사람들의 노고 덕분에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법이 발효된다는 것은 각 시군마다 주무부서가 신설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처럼 「민과 관」이 협력하여 ’새로운 시대로의 대전환‘을 모색하다 보면, 마침내 이 변화의 바람은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고, 궁극에 내가 사는 마을의 변화를 일구어 내 삶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이 시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들의 교육시간, 내방 밖 조합원들의 웃음소리가 힘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