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본을 키우자!

▲ 박 미 영 (청주시가족센터장)

필자가 가끔 다니는 6차선 도로는 비교적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이 길을 지나려면 보행자들의 횡단을 위한 신호등을 만나게 된다. 사거리도 아니고 보행자도 거의 없는 신호등이어서 그런지 교통 신호를 지키는 차량은 거의 없다.

빨강 신호등이 켜지면 멈춰 서라는 의미인 것을 모르지 않지만, 차량 대부분은 무시하고 그냥 달린다. 필자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녹색 신호를 기다리면서 묘한 기분을 종종 느끼게 되곤 한다. 멈춰 서 있는 필자의 차량 곁으로 씽씽 달리는 차량을 보면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뒤에서 달려오는 차가 필자의 차량을 덮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어쩌다 옆 차선에 나란히 차를 세우는 차량을 만나기라도 하면 마치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들어 흘낏 곁눈질하며 고마운 마음마저 느끼게 된다.

신호를 지키는 사람이 너무 소수 인원이다 보니 교통 신호를 지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매번 불편한 마음에 눈치를 보며 신호를 지키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렇게 작은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니 세상을 향해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매우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보행자도 거의 없는 신호를 지키고 안 지키는 것은 커다란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교통사고를 유발한 것도 아니요, 오히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유류를 아끼고 시간을 단축하는 효율적인 행동 선택이라고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작은 질서의 파괴들이 우리 사회의 사회적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사회자본 형성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사회자본’이란 사회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자본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여 사회적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음과 동시에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의 부조리를 차단할 수 있는 방편으로 흔히 신뢰와 규범, 그리고 네트워크 등과 같은 사회조직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는 일종의 종합적인 사회 재화라고 할 수 있다.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이 발표한 ‘2023 번영 지수’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의 종합 순위는 세계 29위로 총 조사국 167개국 가운데 비교적 상위권이지만 사회적 자본지수는 107위로 베트남 19위, 필리핀 22위, 태국 28위보다 한참 뒤처진 결과를 보여주었다. 한국 사회 불신의 늪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자각이 필요하다! 사회자본 형성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며 신뢰 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

사회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실천으로 작은 질서와 원칙들을 지켜 나가는 시민 의식 회복이 우선되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공공질서와 윤리 의식, 사회적 가치의 회복 등 함께 지켜야 한다고 약속한 것들에 대한 지킴 활동이 실천되어야 한다.

우리의 작은 실천이 관계에서의 신뢰를 만들어 나가고, 이러한 신뢰 관계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고 사회관계 안에서 유연성과 배려, 원활한 소통과 깊은 이해도를 존재하게 해준다.

신뢰하는 사회, 사회자본이 풍성하여 사회적 환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지는 사회는 작은 질서와 원칙을 지킴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