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병의 그늘

                                                                                        이병하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간병 도우미 비용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2020년 2.7%에서 2022년 9.3%로 가파르게 상승했고, 국민의 사적 간병비 부담액도 2008년 3조원에서 2022년 10조원으로 무려 3배 이상 폭증했습니다.

2019년도에 하루 7만원에서 9만원 선이던 개인 간병비가 현재는 15만원 선(그 이상을 요구받기도 함)으로 올라 한 달 입원만으로도 400여 만원을 넘는 간병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2024년 4/4분기 기준 가구당 월평균 소득 520만원에 월평균 지출 390만원 수준인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춰볼 때 간병비 지출의 발생은 대다수 국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짐입니다.

'간병 살인', '간병 파산', '간병 지옥'이라는 참혹한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간병 환자의 가족들이 겪는 정신적ㆍ신체적 소진 및 경제적 부담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 되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병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충북도의 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상은 겨우 1,295개로, 전국 병상의 1.7%에 불과하고, 중증 환자는 배후 의료진 또는 관리 인력 부족 문제 등의 이유로 기피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2023년 12월, 당정 협의를 거쳐 '국민 간병 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했지만, 대책으로 제시된 주요 사업을 보면, 요양병원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 중에서도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실질적 혜택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족 간병으로 인해 자신의 직장도 꿈도 포기할 수밖에 없고, 늘어만 가는 부채로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분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어느 순간 우리에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제22대 국회에서도 간병비를 요양급여에 포함하는 법령 개정안이 3건이나 발의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정치권은 입으로만 민생을 외치고 있고, 정부는 간병비 걱정없는 나라! 국가가 중심이 되어 책임지겠다는 슬로건만 되뇌일 뿐, 책임지는 제도와 정책 마련에는 소극적입니다.

개인이 간병 문제를 혼자 짊어지도록 방치하는 지금의 간병 시스템은 조속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간병 국가 책임제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에 우리 모두 함께 뜻과 힘을 모아야 합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가족 간병으로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 이웃이 조금은 그 짐을 내려놓고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다시 꿈꿀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