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 이사장 송유정

사상 초유의 이번 경북 지방의 산불은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 국토의 63%가 임야인 나라에서 5만ha가량이 잿더미가 되었다. 인명피해도 유독 커서, 전체 서른한 명의 사망자를 냈고, 재산 상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하다. 경북지역에 연대하고 있는 기관단체가 있어, 직접적인 피해의 수치들을 들으며 참혹할 지경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긴급하게 조합원들과 상황을 공유하였고, 신속하게 화재 의연금 모금을 시작하며, 나는 불가피하게 가까스로 주불이 진화된 산청지역에 일정이 있어, 화재지역을 방문하게 되었다.

화마가 휩쓸고 간 흔적은 처참했다. 70이 넘은 노령의 농부들에게 화마가 휩쓸고 간 과수원이 생업으로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이 마을의 특용작물을 곶감이라고 했다. 마을 분 들은 무척 지쳐 보였고, 여전히 잔불을 제거하기 위하여 곳곳에 소방 헬기의 굉음과 상처투성이의 농지들이 처참하게 펼쳐져 있었다. 곳곳에, 영화에서처럼 전소된 차량이 널브러져 있었고, 마을은 탄내가 스민 듯 하루 출장에도 연신 코를 훔쳤다.

마침 마을의 작은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먼 산을 보는데, 일행 중 노련한 한 분이 잔불이 피어오르는 것 같다고 하셔서, 유심히 살펴보니 사실이었다. 겨우내 쌓인 두터운 낙엽층에서 잡힌 듯 방심하면 다시 피어오르는 연기에 마을주민들은 이미 노이로제에 걸렸다고 하셨는데, 진짜 또다시 피어오르는 잔불에, 우리는 즉시 119에 신고하였고, 119차량이 도착하고 나서, ‘저 정도 잔불에는 직접 산까지 호스를 메고 올라가 확인 진화를 하는 것이 통례’라고 하였다. 저녁나절 우리 일행이 철수할 때까지도, 호스를 메고 산으로 올라간 소방대원들은 내려오지 못하셨고, 패잔병이 된 마을 어르신들은 망연자실 먼 산만 바라볼 뿐이었다.

오랫동안 마을 분들의 쇠잔한 모습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산불이 농산 촌 마을의 화재기도 하였으려니와 이번 산불의 가장 큰 특징은 유독 사망자가 많았다는 것이었다. 서른한 명의 사망자 중 노약자들의 피해는 절대적이었다. 땅값이 비교적 저렴한 농촌지역에 설립된 노인요양시설에서 탈출하던 어르신들이 피난 도중 사망하시게 된 사건은 이제는 낯설지 않은 이슈가 되었다. 그중 마을은 더하다. 농산 촌 지역에 거동불편 고령자들이 가가호호 홀로 많이 사시다 보니, 응당 화재 상황에서 비상 문자 알림 등 재난에 신속히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비상 알림 문자를 접했어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피난을 가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과거에도 산불이야 왜 없었겠는가? 과거의 산불은 온마을이 함께 나서 잔불을 끄는게 미덕이었다면, 워낙 화마의 크기도 거세었겠지만, 어르신들만 사는 산골 마을에서 근래의 화재 대처 매뉴얼에서는 가장 먼저 거동불편 어르신들의 인명을 구조하는데, 온 행정력이 집중하게 되다 보니, 정작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되는 젊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고령사회에는 재난 대응 메뉴얼도 새로운 버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기후환경의 변화와 안전불감증으로 인하여 나날이 재난의 형태는 고도화되고 있는 현실에 우리 사회의 위기관리 능력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현주소를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이번 화재 참사를 뒤로하고 우리 사회복지계는 노인복지시설 등 화재 예방이야 현재 지침의 준수로 예방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재난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고령사회에 먹히는 재난대응메뉴얼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