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허무는 ‘통합’은 가능한가.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6년 ‘의료ㆍ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논의가 활발하다. 가장 대표적인 보건과 복지의 연계는 더 중요해지고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역 자원 연계에 대한 강의 기회가 종종 있다.

관련해서 얼마 전 제주에 다녀왔다. 제주라서(휴가의 느낌으로) 다녀온 것도 있지만 강의를 수락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보건 영역 전문가에게 사회복지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용 혹은 협력할 수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사실, 이런 기회는 자주 주어지지 않는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분들은 제주지역 보건소의 통합건강증진 사업 담당 간호직, 보건직, 행정직 공무원이었다.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통합건강증진 사업은 지자체가 지역사회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생활실천 및 만성질환 예방, 취약계층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통합하여 지역 특성 및 주민수요에 맞게 기획·추진하는 사업이다.

사회복지사에게 보건소의 사업은 익숙한 듯 낯설지만, 이 사업은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구체적인 사업의 내용은 음주 폐해 예방(절주), 신체활동, 영양, 비만 예방 관리, 구강보건, 심뇌혈관질환 예방 관리, 한의약 건강 증진, 아토피·천식 예방 관리, 여성 어린이 특화, 금연, 방문건강 관리, 모바일 헬스케어 등이다.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는 사회복지와의 연관성이 많다. 사업이 아니라 지역주민, 즉 대상자를 중심으로 보면 많은 부분에서 상호간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자원이 부족한 사회복지 분야에서 네트워크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보건과의 연계는 기대하는 바가 더 크다. 보건과 복지 영역에서 사회자원 연계가 필요한 이유는 주민들의 욕구가 복합적이고 만성적이어서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며 주민들이 스스로 필요한 자원을 찾기가 어렵운 것도 있다. 아마 이들은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할 수도 있다.

공식적인 행정서비스로서 보건과 복지 각자의 전문성이 높아진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지만 그럴수록 칸막이 행정으로 분절될 가능성이 더 커진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서는 사회복지와 의료, 보건, 소득 보장, 주거, 고용, 교육 서비스 등이 서로 무관하게 실시되고 있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사회자원의 연계는 그래서 더 필요해졌고 사회복지는 통합사례관리, 통합돌봄을 시행하게 된 것이다.

보건 영역도 자원의 연계와 통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협력하고 있다. 지역별로 잘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보건과 복지의 연계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실 장애물은 영역의 경계보다 사람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예전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지 않으면 일이 어려웠으나 지금은 사람 앞이 아니라 컴퓨터 앞에서 일이 이루어진다. 접촉 없이도 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휴먼서비스인 우리의 연계와 통합은 더 어려워진 것이 아닐까.

애석하게도 해결책은 단순하다. 아직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누구든 먼저 문을 두드려야 한다. 모여 앉아 눈을 맞추고 지역사회를 위해 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야 한다. 모여진 네트워크 참여자 혹은 참여기관이 자율적인 수준에서 일정한 목적을 공유하면서 활동하고 어떻게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보건과 복지의 모든 사업에 들어간 ‘통합’이란 단어를 다시 생각해보자. 통합의 사전적 정의는 ‘여러 요소들이 조직되어 하나의 전체를 이룸 또는 그런 일’로 정의된다.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전체를 이룰 수 있도록 수용하고 관계를 뛰어넘을 방법을 찾아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그래야 어떤 식으로든 통합이 진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