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희(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살면서 내가 작다고 느끼는 순간은 젊었을 때도 그러하고 지금도 똑같다. ‘내공’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다. 내공 있는 사람과 업력에 의해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은 차이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내공’ 있는 사람은 오랜 기간 경험의 축적과 균형 잡힌 태도(견해) 그리고 실천이 결합되어 존재 자체로 세상의 힘이 되는 사람이다. 이들은 독서를 통해 세상의 수많은 생각과 만났고, 각고의 시간을 통해 자신 안의 교만과 허영을 덜어냈으며 세상을 이해하는 깊이를 더해서 겸손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년 동안 매일 아침 본인의 독서 한 줄을 카톡으로 보내주는 선배가 있다. 그 알림은 모닝콜이다. 보내주는 글은 아주 짧다. 출처가 계속 바뀌는 것을 보면서 선배의 독서 취향, 독서량, 어떤 구절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독서 취향과 다르지만 선배가 존경스러운 것은 술을 마신 다음 날에도 빠짐없이 독서 한 줄을 보내는 꾸준함 때문이다.

이런 꾸준함에 대해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의 작가 태수는 이렇게 말한다. ‘꾸준함이란 미련함이 아닌 단단함이다. 요란한 세상에서도 흔들지 않고 내 삶을 사는 튼튼한 태도다. 무언가를 지속할 수 있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단단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p.169)’. 거기에 덧붙여 선배에게 독서란 꾸준함 이상의 하루를 여는 신성한 의식, 자신을 벼리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의 모나지 않는 생각, 아래위 없이 모두를 품는 포용성과 너그러움, 내어주어도 언제나 충만한 태도는 수많은 새벽을 열고 인내의 시간을 겹겹이 쌓아올려 다듬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거인의 큰 발자국처럼, 때론 입시학원 단기 속성반 수강생처럼 얼른 장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 5월부터 복지재단에서는 출근 후 30분씩 책을 읽고 업무를 시작한다. 최소한의 의무는 주 1회(최소) 이상 인상 깊은 구절 한 줄 정도를 사내 메신저에 남기는 것과 동료의 책 읽는 시간(유연근무제로 독서 시간 상이함)을 배려하여 사내 업무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이다.

책을 안 읽고 사내 메신저에 기록하지 않아도 페널티는 없다. 왜냐하면 주어진 시간에 책을 못(안) 읽는 것 자체가 페널티이기도 하거니와 그 시간에 청주시 복지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테니까 페널티가 필요 없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하루 30분, 한 달 10시간, 1년 120시간을 역량개발에 쏟는 것이다. 28명의 직원이 년 12권만 읽는다 해도 1년이면 336권에 이른다. 우리나라 성인 독서량이 종이책 1.7권(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국민독서실태)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꽤 많다.

독서를 하면 책을 읽기 바로 전보다 더 새로운 경험, 생각을 할 것이니 역량개발로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혼자서 루틴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함께한다면 단단히 다져진 우리,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이렇게 심은 시간의 씨앗은 큰 느티나무가 되어 복지재단을 더 울창하게 만들고 결국 청주시민에게 좋은 서비스로 흘러갈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청주복지재단은 다 함께 하루 30분, 스마트폰 대신 책을 손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