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미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새정부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중앙부처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2021년부터 3년간 보건복지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기에 요즘 몇몇 사람들이 중앙부처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제도 확대 방향의 의의를 묻는다.

이런 질문에 대해 나는 한결같이 부처 특성에 맞는 성평등 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답한다.

보건복지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실은 2023년부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를 위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이 자료는 성희롱 예방교육 편과 성폭력 예방교육 편 각각으로 동영상 제작되었다.

이 자료의 장점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겪을 수 있는 성희롱 사례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성희롱, 성폭력 예방 및 대응과 관련해서 남녀고용평등법에 근거한 근로자 보호 측면과 사회복지 관련 사업법에 근거한 이용자 보호라는 측면 모두를 다루고 있다.

사회복지 현장에는 시설장, 시설 종사자, 프로그램 강사, 실습생, 사회복무요원,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이용자(또는 거주자)에게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 연결된 이들 모두가 성희롱, 성폭력과 관련하여 피해자 또는 행위자가 될 수 있다.

이용자 보호와 관련해서 보면 사회복지 관련 법령은 이용자 대상 성희롱,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지 조항을 두고, 발생 시 기관에 대한 행정처분, 인력에 대한 자격 정지 등을 법에 정해두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법 조문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고, 안다 해도 무엇이 성희롱, 성폭력이고 어떻게 예방해야 하고 해당 사안이 발생하는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들이 있다.

사회복지 현장은 대다수가 민간위탁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행정처분을 내리는 방식으로 처벌이 주어지지만, 민간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관리는 기관 자체에 맡겨지고 예방이나 대응에 대한 방침이 체계적으로 주어지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사회복지시설 종사를 위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자료는 이런 사각지대를 조금이라도 보완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종사자와 이용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를 위해서는 법의 경계를 넘어 현장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자료는 동영상으로 제작되어 경기도 지식포털, 대전 온배움 등 공공교육포털을 통해 제공되고 있고,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누구나 회원가입해서 교육을 수강할 수 있다.

장애인활동지원, 노인장기요양, 가사간병 지원사업 등 방문형 사회서비스 관련해서, 서비스 종사자가 지원 과정에서 겪는 성희롱․성폭력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 해당 사업과에 지침을 개선하도록 의견을 제시하고 조율한 것 역시 보건복지부에 양성평등정책 담당부서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일들이 다루어졌고, 지금도 많은 일을 하고 있을 것이며, 앞으로 할 일도 많다.

각 부처에 성평등정책 담당부서가 있으면 각 부처의 정책에 성평등 측면에서 끼어들어서 조율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 현재 8개 부처에 성평등 정책 담당부서가 있고, 각 부처는 부처의 업무 특성에 기반하여 부처가 필요로 하는 성평등 정책을 개발해 가는 중이다.

성평등 정책 강화 측면에서 각 부처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역할이 강화되고 확대되어 실질적 정책변화를 기반으로하는 성평등 정책의 주류화가 강화되길 바란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보건복지분야의 성평등정책 향상을 위해 해야할 일이 있다면, 보건복지부에 양성평등정책담당 부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