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

아들이 대학 사회복지학과 4학년으로 실습을 앞두고 있다. 내가 아는 사람을 통해 실습할 곳을 소개해 줄까 했는데, 스스로 알아서 하겠다고 하더니 몇 군데 접촉하고는 실습할 곳을 정했다. 그동안 학교 공부를 통해 사회복지를 배우고 이제 현장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 발걸음이 차곡차곡 쌓여 주변은 물론 자신도 건강한 사회복지인이 되길 빈다.

사회복지에 대해 문외한인 난 ‘사회복지’ 하면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사회복지의 대상자가 경제, 나이, 신체 등 여러 방면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있는 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사회복지에 대해 이런 정도의 선입견이 있을 뿐인 내가 아들에게 사회복지학과를 권유했다.

아들 이름이 선재다. 선재는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전에 사법시험 공부할 때, 고은 선생이 지은 「소설 화엄경」을 아주 열심히 읽었다. 여기서 어린 선재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여러 스승을 찾아다닌다. 선재가 만나는 스승들은 보살, 승려, 노예, 창녀, 신 등 다양하다. 선재는 아무런 선입견 없이 이들을 만나면서 하나씩 세상에 눈을 떠갔다.

소설 곳곳에서 장엄한 서사시를 만나면, 소리 내어 읽으면서 커다란 희열을 느꼈다. 그렇게 「소설 화엄경」을 두 번 읽고 평생토록 보관하기 위해 양장본을 하나 더 사기도 했다. 그 무렵 나중에 아들을 낳으면 이름을 ‘선재’로 짓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선재란 이름을 짓게 된 연유도 선재에게 사회복지학과를 권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세상을 제대로 알고 깨닫기 위해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곳, 더 아프고 힘든 곳까지 파고들어 살피고 공감해야 한다. 빈민, 노인,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복지를 다루는 사회복지야말로 세상의 실상을 제대로 보고 깨달을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런 길을 한 번 가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다만, 나 자신은 하지 못하는 것을 아들에게 짐 지우는 것 같아 아직도 마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다행히 아들 녀석은 잘 배우고 있다. 수업을 앞자리에서 아주 열심히 듣고 발표도 적극적으로 한다. 그 덕에 성적이 아주 좋고 교수님에게서 인정도 받고 있다. 언젠가 녀석이 “사회복지학과에 온 것이 잘한 것 같다”라는 말했는데, 그때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아들의 이런 생각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다.

사회복지 하면 공감이 먼저일 텐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태풍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했을 때 보인 행동이 갑자기 떠오른다. 침수로 식당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지하상가 보리밥집에 들어가 피해자를 안으며 그의 아픔에 잠시 공감하는 시늉을 하더니, 바로 몸을 풀고는 벽 쪽으로 가 메뉴판을 ‘유심히’ 보았다.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대하는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그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이해, 그리고 이를 해결해 주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그에게는 이게 거의(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건 그의 말과 표정, 행동을 가만히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에게는 피해를 입은 식당에서 팔던 메뉴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이런 수준의 대통령이 3년간 집권했으니 나라 전부가 망가졌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을 다루는 사회복지 분야는 더할 것이다. 비상계엄으로 스스로 무덤을 파고 탄핵되는 바람에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빈민의 소년공 출신이고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있으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보편복지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으니, 그가 앞으로 사회복지 분야에서 펼칠 역량도 기대해 본다. 사회복지가 강한 나라가 진짜 선진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