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섬김이로서 내가 할 일
 

음성지역 보훈섬김이 박효주

▲ 박효주 (음성지역 보훈섬김이)

보훈섬김이라는 직업은 저도 국가유공자의 자녀지만 지난해 직장을 구하던 중 새롭게 알게 된 직업이었습니다. 간호조무사로서 병원 근무경력도 있었고, 이제 막 사회복지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보훈가족을 찾아 뵙고 가사․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는 내가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만한 일 같다는 생각에 지원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저의 마음이 통하였는지 선택을 받아 긴장되고 들뜬 맘으로 시작을 했던 것이 어느덧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가 처음 보훈섬김이 일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이나 활동하면서 느낀 감정들, 어르신들을 통해 아주 조금씩 변화되는 제 마음과 생활들 그리고 제가 모시고 있는 어르신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글을 적어 봅니다.

보훈섬김이로서 활동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 현장에서 부딪히는 것은 많이 달라서 선배 보훈섬김이와 실습하는 과정 중 살짝 망설였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어르신들의 연세도 많으시고, 사시는 곳의 환경도 너무 열악하고, 거동도 불편하신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게다가 제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이 시골이다 보니 농사일까지 하시며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어르신 댁을 방문하는 날 집에 계시지 않으면 자연스레 밭으로 향하게 되고 그런 일상속에 그분들의 생활에 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불편하지 않게 작은 도움이 되어드리는 것, 집안을 깨끗하게 치워 드리고, 적적한 분들의 말벗이 되어드리고, 건강도 체크해드리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어르신들과의 편안한 유대관계를 형성함에 있었습니다.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 물론 처음엔 제 나이가 어리기도 하고 제 성격도 내성적이고 싹싹하지 못한 탓에 많게는 5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손녀뻘 되는 섬김이와 대화가 통한다거나 어르신들의 속마음을 내보이는 일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은 어르신들이 마음을 열고 저에게 속상했던 것들을 이야기하십니다. 저 역시도 그분들이 겪었던 6.25전쟁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면 그건 책에서나 배웠던 아주 옛날 얘기에 그저 신기할 뿐이였으니까요.

이 섬김이란 일도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좋지 않은 일을 겪을 때면 누구나 그렇듯 저도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도 해 보게 되고 마음에 상처도 받은 경우도 있었지만, 약해지거나 할 때마다 복지사님의 조언으로 마음도 잡을 수 있었고, 또 그걸 견딤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하고 성장해감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는 말을 남녀 사이에서나 해당하는 말은 아닌 듯 합니다.

이제는 이렇게 일주일에 한 두번, 두세시간의 짧은 만남이 쌓이다 보니 어르신들께서는 “할아버지~ ,할머니~”하며 부르고 따르는 저를 믿고 중요한 비밀번호까지 알려주시는 분, 손녀딸이라 불러주시며 냉장고 속 간식들을 아낌없이 챙겨주시는 분, 치매증상이 약간씩 있으셔도 제가 “할아버지~ 저 누구에요? ”라고 물으면 항상 “ 누구긴 ~ .. 우리 식구지~”라고 대답해 주시는 분이 계실 정도로 절 기다리는 분들이 계십니다. 뭐든 나눠주려 하시고, 아프면 먼저 걱정해 주시고, 나와 내 가족까지 챙겨주시는 모습에 감사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니까요.

그 분들 덕분에 힘을 내서 일하기도 합니다. 그런 말씀을 듣고 대접을 받을 때 우리 어르신들을 통해 저는 ‘따뜻한 정’을 많이 느낍니다. 정의 끈끈함이나 소중함도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을 통해 월남전에 나가셔서 다치신 아버님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어 감사함 마음을 갖게도 합니다. 이렇듯 제가 모시는 어르신들은 저에게 참 고마우신 분들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 섬김이 일을 선택한 것이 나를 변화시키고 훗날 내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요? 아직 그 시작이 미약한 걸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일을 시작할 때 그냥 막연하게 공부란게 하고 싶어서 도전했던 사회복지와 섬김이라는 일을 하면서 약간 세분화된 진로방향을 세워 노인복지에 대해 배워보고 있는 중 입니다. 앞으로 배워야 할 것도 내가 갖춰야 할 것도 물론 많겠지만 잘 배워서 제가 모시고 있는 보훈가족에게 도움 되는 섬김이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도 이 뜨거운 날 고생한다며 대문까지 나와 저를 배웅해주시며 제가 안보일 때 까지 뒷모습을 바라봐 주시며 손을 흔들어 주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찡~한 맘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주엔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건빵 한 봉지 사다 드려야겠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