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봄, 전교생이 60여명인 옥천 증약초등학교 대정분교에 선생님 한 분이 부임하셨다.

▲ 조남현 사무처장

마음씨 좋은 이 선생님은 학생들의 가정환경을 먼저 조사해 보고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결손 가정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부모의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의 성격은 매우 거칠었다.
남의 물건을 슬쩍 하는 것은 다반사였으며 학업에 대한 흥미도 없었다. 
 의욕은 물론 희망도 없어 보였다.

이를 불쌍히 여긴 선생님은 자신의 월급으로 준비한 학용품등을 손수 싸고 격려의 편지를 넣어 학생들에게 주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칭찬도 하고 적십자의 협조를 얻어 생필품도 지급해주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학생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용품을 사주고 칭찬으로 애정을 쏟는 것도 좋지만 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골똘히 생각하다가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학교주변의 대청호는 대전 등 외지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이들이 다녀간 자리에는 쓰레기를 태운 후 깡통과 빈병만이 잿더미와 함께 있어 호수를 오염시키는 큰 요인이 되었다.
옥천환경사랑모임이 폐깡통 10,000개를 모으면 자전거 한대를 부상으로 준다는 지방신문 기사가 기억났다.

폐깡통을 모으자는 생각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자연보호활동을 하면서 부상도 타자.”
그리고 목적이 분명한 활동계획을 아이들과 공유했다.
매주 한번은 대청호 환경운동을 하고 마을마다에는 폐깡통 수집함을 만들었다.
3개월이 지나 정말 10,000개를 모았으며 뜻대로 자전거를 받을 수 있었다.
자전거가 오던 날 모두들 흥분했다.

자기들의 손으로 노력하여 이룬 것이기에 더욱 벅찼던 것이었다.
어떤 아이는 한동안 학교를 떠나지 못하였다.

"자! 이걸 팔아 이웃돕기를 하자."
그렇지만 3개월의 노력이 배어있는 것이기에 팔기가 아까웠다.
그래서 학생들을 모두 모아 자전거를 앞에 놓고 사진 한방 찰칵...
그리고 그 사진 밑에 아래의 글과 함께 깡통 자전거라고 썼다.

「여러분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선물이 자전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남들이 먹고 버린 더러운 깡통을 모아 공동으로 자전거를 상으로 받았습니다.
우리 주변 대청호를 가꾸기 위해 더러움도 이겨냈습니다. 가장 갖고 싶은 것이지만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여러분들은 받은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실천해보였습니다. 그러나 자전거는 없어진 것이 아니랍니다.

어려운 이웃을 도운 사랑과 봉사의 깡통자전거는 여러분의 곁에 언제나 함께 할 것입니다.
자전거는 핸들을 돌리는 방향을 향해서 페달을 밟아주는 대로 달리는 우리의 친구입니다.
이제 증약 대정의 우리들의 마음속에 함께하는 깡통자전거로 여러분이 달려가야 할 곳을 바르게 정하고 열심히 달려갑시다.

깡통자전거는 사랑과 봉사를 실천한 우리만이 간직한 영원한 우리의 보물입니다.
사진과 함께 간직하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고, 나보다 못한 이웃을 도와가는 즐거움의 힘이 되길 바랍니다. 」

이 깡통자전거는 지금도 그 아이들의 마음과 앨범의 소중한 곳에 보물로 남아 있다

이 자전거는 그 당시 후원자에게 주고 220,000원을 받았으며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정성과 노력으로 번 돈이다. 나보다 더 못한 분들에게 이 돈을 쓰자. 누가 있을까?
어디 말해 보렴!!! "
아이들이 앞다투며 말했다.
"우리 마을 윗동네에 할머니 혼자 사시고 있어요. 돌보는 이 없어 너무 안됐어요."
3곳을 선정하여 식량, 생필품을 사서 아이들과 방문했다.

후일에 들은 말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 날의 흥분으로 잠을 못이루었다고 한다.

사실 이 아이들도 잘 살지 못했는데 이 아이들에게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고기를 주는 일이지만 이들이 자기보다 더 못하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무언가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은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일이다.
이 용기야 말로 고기를 낚는 일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랑의 발길 옮기기 운동을 시작했다.

예를 들면
내가 용돈 1,000원을 받아서 구멍가게에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려 할 때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되 700원짜리로 낮추고 300원 남기자.
그리고 나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친구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주자

내 몫 속에는 남의 몫이 함께 한다는 생각을 심어 주면서 받는 기쁨보다는 주는 기쁨이 크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 운동은 작년부터 충청북도교육청과 충북적십자가 전개하는 ‘희망을 나누는 천사학교’ 운동으로 꽃이 피었다.

위 이야기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동수 선생님의 실제 이야기이다.
그 분은 글로써 흔적을 남기지 않으셨다.

그러나 그 흔적은 그 때의 아이들이 이젠 반듯한 청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도자 한 분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 스승의 날을 생각 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