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복지서비스 체험수기
 

충북북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전현미

▲ <충북북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전현미>

집에서 주부로써, 인삼 농사일을 하는 농부의 아내로 그 일에 조금 회의를 느낄 때 국가보훈처 보훈섬김이 채용 공고가 났고, 그 일 해볼 의양이 없냐며 먼저 보훈섬김이 일을 하고 있는 시누이 한테 연락이 왔다.

시누이 왈 “그냥 이나라를 지켜주신 홀몸 유공자 및 건강약화 유공자 가사간병 서비스를 하는 일이야” 라는 말에 난 할 수 있겠다 싶어 겁 없이 이 일을 시작했다. 지금 일년이 조금 지났는데 생각처럼 쉬운일은 아니었다.

때론 즐겁기도 하고 보람도 있었지만, 어느 날은 내가 이일을 계속해야하는가? 라는 나 스스로 반문을 해보기도 했다.

“어르신 목욕가실래요? 목욕 서비스 행사가 있는데 같이가세요 ? 등도 밀어드릴께요” “귀찮아 안가 딸들하고 자주다녀 ” 그럼 어르신 다음주 월요일엔 목욕 행사가 있어 올수가 없고 금요일날 찿아뵐께요“ 그럼 어르신은 “못오는날도 있지 알았어...” 양해를 구하고 난 목욕서비스 행사에 어르신들을 모시고 활동 하였다.

금요일 평소와 다름없이 어르신 “안녕하셨어요? 아침식사는 하셨구요?” 인사를 하며 현관문을 들어 서는데, 이날 따라 어르신이 심기가 불편한 듯 보이셨다.

인사도 안받으시고 쳐다도 안 보시더니 그제사 “나 좀서운한게 있어? 우리집에 오기 싫으면 말을 하지 다른 사람으로 바꾸게“ 하고 어르신이 이유 없는 역정을 내신다. 그러면 ”왜 그러세요? 뭔일있으셔요? 제가 뭐 잘못한게 있나요? “ 순간 난 망치로 뒤퉁수를 얻어 맞은 듯 멍하니 한참 넋을 놓게 된다.

내가 실수한게 있나? 겁이났다(다른댁엔 선풍기 청소하다 날개를 뿌러트린 적은 있었는데 이 어르신댁은 내가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힌게 없는데....) 하고 한참을 이리궁리 저리궁리 해본다. 어르신을 달래어 이유를 여쭈어 보니, 사연인즉 월요일에 오는 날인데 우리집에 안오고 다른 집으로 일을 갔나 해서, 푸념을 늘어 놓으니, 자제분들이 엄마는 그런 사람 부릴 줄 도 모르는 쑥맥이라고 나무랬다고 해서 어머님이 화가 났었다고 말씀 하셨다.

“제가 목욕서비스 행사가 있어 오지 못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대답도 하시구요...”
“애기 엄마 얘길 들으니 이제 생각이 나네...
하며 속상한 나의 마음과 달리 아무렇지 않는 듯 생활하신다.

이런 억울하고 속상한 일들이 있을때면 난 또 나의 생각의 굴레에 빠지며 지지고 볶는다
그래 이건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세월이 문제인거야!

어제와 다른 오늘의 어르신들 모습을 피부로 느끼다보니 세월을 이길수도 없고. 피할수도 없고, 초월 할수도 없는 그냥 받아드려야하는 것이야 .....

머지않은 미래의 내 모습이 될 수도 있어? 하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 동시에 두려움과 서글픔이 밀려온다. 언젠가 내 마지막이 오늘의 모습이길 바라며 어르신들께 좀 더 다가갈수 있도록 다시한번 용기를 내본다
80~90대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을 모시는 일

같은 상황이라도 어르신들 말씀과 행동들이 내 생각과 다를 때가 있어, 때론 오해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기에, 맨 처음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이 직업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이일을 사랑하는 이유 또한 하루 하루 일을 하는게 아니라 나의 마음을 채워가는 삶의 지혜와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에 난 이 직업이 또한 행복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 오늘은 또 어떤 어르신이 나한테 망치를 드실까?” 하며 한번 웃으면서 출근한다.